하이투자증권은 20일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 시점을 밝힌 데 대해 이머징(신흥국) 금융시장의 불안이 확대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버냉키 의장은 1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경제가 예상대로 개선된다면) 올해 안에 자산매입 규모 축소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예상과는 달리 버냉키 의장은 연내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할 의지를 분명히 했다"며 "미국 경제 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엿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버냉키 의장의 발언은 일부 자산시장의 과열을 선제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목적도 있을 것"이라며 "버냉키 의장은 지난달 10일 금융완화 정책이 자산가격에 새로운 버블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점을 이례적으로 강조한 바 있다"고 분석했다.
또 내년 1월 말 임기 종료를 앞두고 차기 연준 의장의 통화정책 부담을 경감시켜줄 필요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박 연구원은 "지난 17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버냉키 의장의 임기 기간을 언급하며 그의 퇴임을 퇴임을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며 "버냉키 의장 입장에서는 자신이 주도한 양적완화 정책을 연내 일정 부분 마무리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연내 양적완화 축소는 달러 캐리 트레이드 축소로 이어져 미국보다는 이머징 금융시장에 상대적으로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연구원은 "미국 금리 상승과 달러 유동성 공급 축소에 따른 달러화 강세는 이머징 금융시장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미국 양적완화 축소는 달러 캐리 트레이드 위축 심리를 더욱 자극하면서 이머징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트리플(주가, 채권가격, 통화) 약세 현상을 당분간 심화시킬 여지가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엇보다 달러 유동성 확대의 수혜를 크게 본 아시아 등 이머징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일부 이탈하면서 단기적으로 금리 상승 및 통화 가치 하락세가 가파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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