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팬오션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 등 잇따른 기업 부실 사태로 회사채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회사채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우량채와 비우량채 스프레드(금리 차이)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3년물 기준 'AA-'등급 회사채와 'A'등급 간 스프레드는 올 초 32bp(1bp=0.01%포인트)에서 41bp로 확대됐다. 'AA-'등급과 'BBB-' 등급 간 스프레드는 5.15%포인트에 달했다.
지난해 웅진사태 이후 우량채와 비우량채간 스프레드가 커진 상황에서 올 들어 매달 크레딧 이벤트가 발생해 투자적격 등급에서도 이런 흐름이 나타났다.
지난 7일 STX팬오션이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앞서 지난 2월 한일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쌍용건설 기업개선절차(워크아웃), 3월 드림허브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 4월
STX조선해양 자율협약, STX건설 법정관리 등이 잇따랐다.
이에 따라 투자적격 등급인 'A'등급에서도 해운, 조선, 건설 등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회사채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회사채 발행기업의 재무상태가 신평사 등급보다 낮다는 인식이 확산돼 시장 신뢰를 얻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웅진홀딩스는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직전 신용평가사들로부터 투자적격 등급인 'A-'를 받았다.
회사채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자 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리고, 한계기업들에 유동성 공급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기업의 펀더멘털(내재 가치) 우려로 우량 회사채 위주의 투자 집중이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이경록
NH농협증권 연구원은 "'A'등급에 업황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건설, 해운, 조선 업종의 회사채가 많다" 며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성향이 심화되면서 같은 신용등급 회사채 안에서도 음식료 등의 재무건전성이 높은 회사채들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황이 부진한 건설, 해운업종의 기업들은 신용등급 하락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12일 한국신용평가는
한진해운(신용등급 'A-'),
현대상선('A-'), SK해운('A') 등 해운사들의 신용등급 전망은 '부정적'으로 변경해 등급 하향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장에선 정부의 회사채 활성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가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적격기관투자자 시장(QIB) 등 비우량 회사채를 지원하기 위한 몇몇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영향력이 크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강수연 KDB
대우증권 연구원은 "비우량 회사채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강력하고 즉각적인 정부정책 도입이 시급하다" 며 "관련 정책이 시행되면 유동성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용등급 'A'급 이하 기업에 대한 신용경색을 일부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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