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인터넷 경매 사이트를 통해 문화재를 유출한 회사원과 자영업자 등 4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인터넷 경매사이트를 통해 문화재를 유출하다 적발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인터넷 경매 사이트 이베이(E-bay)를 통해 일반동산문화재를 국외에 밀반출한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로 장모씨(26)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3일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장씨 등은 2009년 8월부터 최근까지 이베이에 고서적, 도자기류 등 일반동산 문화재 159점을 판매해 캐나다와 미국 등지로 밀반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일반동산문화재는 시·도가 지정 관리하는 문화재는 아니지만 보존가치가 있어 수출이나 반출이 금지된 문화재다.
자영업자, 회사원인 이들은 고미술품을 해외에 판매하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판단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직접 고미술상을 돌면서 작품을 수집해 판매하거나, 국내 사이트에 올라온 물건을 경매에 올려 먼저 낙찰되면 구입해 배송하고, 지인들이 소장한 작품을 판매 대행하는 수법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조선중기 화가 이명욱의 ‘8폭 산수화’, 조선후기 당시(唐詩)필사본 ‘시선집’ 등 역사적·학술적으로 가치 있는 문화재가 많이 포함돼 있었다. 보통 국내 구입가의 3~4배로 판매했는데, 적게는 수십만원부터 많게는 400만원짜리 산수화도 반출했다.
문화재가 밀반출될 때 가장 쉽게 사용된 방법은 국제택배로, 통관요원의 문화재 관련 지식이 부족한데다 총기나 화약, 마약 등의 항공기 위험 물품을 위주로 검사한다는 점을 노렸다. 같은 혐의로 입건된 조선족 김모씨(50)는 항만을 통과할 때 가방 위쪽에는 가치가 낮은 책자를 놓은 뒤 적발될 때 이것만 반납하고 한국을 빠져 나갔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문화재청과 미 국토안보수사국 등과 공조해 범인들을 검거할 수 있었다”며 “다른 문화재 밀반출 사례가 있는지 수사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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