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둘을 낳았지만 누구나 살림이나 육아를 잘할 순 없어요. 집안일에 재미도 못느꼈고 솔직히 잘하지도 못한다는걸 인정하면서 재밌고 또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가족들에게 얘기했어요."
정은영 대표가 임부복 전문 쇼핑몰 '맘누리'를 오픈한 것은 지난 2004년 말이다.
"첫째 딸을 임신했을때 IT회사에 다니고 있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마음에 드는 임부복을 찾을 수 없었어요. 그때만해도 임부복은 모두 배를 가리는 펑퍼짐한 A라인원피스가 대세였거든요.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아 시크하면서도 캐주얼한 옷을 찾아다니다 '파는 곳이 없는데 내가 한번 해볼까'라고 마음먹었죠."
만삭의 몸으로 동대문을 활보하고 다니다 '맘누리' 오픈 2주만에 출산을 했다. 웹디자인을 하던 지인에게 다짜고짜 기획서를 주면서 동업을 제안했으며 다니던 직장에는 출산휴가가 끝나자 바로 사표를 냈다. 오픈 몇달만에 월급보다 많은 수익을 손에 쥐게 되자 '승산이 있겠다'고 생각된 것.
단돈 500만원의 창업자금으로 시작했지만 당시 입부복 쇼핑몰은 블루오션이었기 때문에 단기간에 두각을 나타냈다. 다른 사람들과 만나는걸 좋아하고 기획한 일을 실행에 옮기는 추진력이 남달랐던 정 대표는 창업초기 하루 3~4시간 잠을 자면서도 힘든 줄 모르고 사업에 올인해 임부복 쇼핑몰 독보적 1위라는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엄마로서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은 떨쳐버릴 수 없었다. 아이들이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적응을 못하거나 무슨 문제가 생기면 '나 때문인가' '내가 어려서 데리고 돌보질 않아서 그러나' 하는 자책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엄마가 붙잡고 키워도 그런 문제는 있을 수 있다'고 위로하면서 '어차피 벌어진 일이라 돌이킬 수 없으니 앞으로 자라나는 아이에게 에너지를 쏟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퇴근후에는 가방을 던져놓고 무조건 30분에서 1시간가량 아이와 같이 놀아주는 원칙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켰다.
엄마가 퇴근하기만을 기다린 아이에게 '집을 치우고 놀아주겠다'거나 '씻고와야 하니 기다려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던 것.
주말에는 아이들과 밖에 많이 나가 노는 것도 정 대표가 실천에 옮기는 육아법이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서 자주 함께 놀게 해주는 편이에요. 아이들 부모한테도 '나한테 맡겨라'라고 안심시키고 음식부터 놀이까지 모두 책임져주고 잠도 같이 자게 해요. 물론 직장다니면 주말엔 저도 쉬고싶죠. 하지만 다양한 성격의 친구들과 두루두루 잘 지내는 모습을 보면 뿌듯해요. 같은 반에 정신지체아 친구가 한명 있었는데 집 초대해서 같이 놀게 하다보니 친구들 사이에서 오히려 인기가 많아지더라구요. 특별히 착한 아이들이라서가 아니라 세상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교육을 시켰더니 진심으로 잘 어울려 놀게 됐어요. 저도 가끔 동창회 나가보면 공부 1등이었던 친구가 사회생활도 잘하는 건 아니더라구요. 오히려 공부못하고 잘 놀던 아이들이 지금 밝은 에너지를 가지고 더 잘 살아요."
정은영 대표는 맞벌이로 아이들을 사교육 시키는 대신 인성교육을 중시하는 대안학교에 보내고 있다. 아이들이 또래 친구들과 서로 경쟁하느라 누리지 못하는 것을 맘껏 누리게 해줄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덧붙였다.
"제가 어렸을때 집이 가난하고 부모님은 맞벌이라 저한테 신경을 많이 못써줬거든요. 그래서 철이 일찍 들고 제 미래에 대한 구상을 차근차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부모님이 힘들게 일하시니 내 인생은 스스로 책임져야겠다고 개척한거죠. 제 성공요인은 자립심이었던 만큼 저희 아이들도 자유롭게 자신의 꿈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엄마가 아무리 바둥댄다고 자녀가 올바로 크고 사회에 공헌하는 인물이 되는건 아니잖아요. 아이 미래를 부모 욕심대로 설계하려 하기보다는 그저 엄마아빠가 너희를 믿고 있다는걸 보여주는 것만으로 아이에게는 큰 버팀목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육아와 직장생활 두가지를 양립하느라 고민이 많은 워킹맘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얼마나 번다고 이렇게 직장다니며 애를 고생시켜야 하나 생각이 들때는 이런저런 고민을 하게 돼요. 하지만 전 엄마들이 아이 뒤에 숨지말고 자기 내면의 소리를 들었으면 좋겠어요. 내 아이가 컸을때 어떤 삶을 살았으면 좋겠는지를 생각해보세요. 그게 바로 내가 지금 원하는 삶이거든요. 내 아이가 커서 사회적 에너지를 내고 뭔가를 성취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면 자기도 그 삶을 살길 바란다는 의미에요. 아이 때문에 내 일을 그만둬야 겠다는 생각은 하지 마세요."
뭔가 새로운 걸 계속 도전하고 성취하는걸 인생의 재미로 여기는 정은영 대표는 임부복에 이어 임산부용 속옷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임신했다고 할머니같은 속옷만 입으면 남편보기 민망할 때 있잖아요. 호피를 좋아하면 호피를 입고 레이스가 좋으면 레이스를 입고…임산부도 취향대로 패션을 누리세요."
키즈맘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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