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ARS 할인 비용 업체당 연 4600만원…50% 이내로 제한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형 유통업체의 납품업체에 대한 ‘비용 떠넘기기’에 또다시 제동을 걸고 나섰다. 공정위는 이미 지난해 대형 유통업체가 판촉비 명목으로 납품업체에 부과하던 각종 판매수수료와 판매장려금을 깎았다. 이번에는 명확한 비용 분담 기준 없이 대형 유통업체가 납품업체에 전가하고 있는 인테리어 공사비, 자동응답전화(ARS) 할인 비용 등을 손질하는 것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 대형 유통업체와 거래하는 납품업체는 ‘브랜드 가치를 높인다’는 등의 명목으로 각종 인테리어 공사비 부담을 강요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백화점 상위 3개사와 거래하는 납품업체가 2011년 지출한 인테리어 비용만 총 2700억원에 달한다. 점포당 인테리어비는 약 4800만원이었다. 송정원 공정위 유통거래과장은 “현재는 입점업체가 이 비용을 거의 전액 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표준계약서가 확산되면 이런 상황이 달라진다. 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의 필요에 따른 인테리어 공사의 경우 해당 유통업체가 전액 부담해야 하고, 입점업체의 필요에 따른 인테리어 공사비도 유통업체 측이 최소 50%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통업체와 입점업체가 인테리어 공시비를 절반씩 분담한다고 가정하면 납품업체의 점포당 인테리어비는 연간 2400만원꼴로 낮아진다. 또 입점업체 전체로는 연간 최소 1350억원을 아낄 수 있다. 공정위는 “인테리어 공시비를 분담하게 되면 유통업체도 불필요한 인테리어 공사를 강요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CJ오쇼핑, GS홈쇼핑 등 TV홈쇼핑 상위 5개사와 거래하는 납품업체의 ARS 할인비용도 만만치 않다. 2011년 기준으로 490억원, 업체당 4600만원에 달했다. 이 역시 표준계약서에 따라 TV홈쇼핑과 납품업체가 비용을 50%씩 분담할 경우 납품업체 전체로는 연간 245억원, 점포당 2300만원을 절감할 수 있다.
공정위는 표준계약서 작성 과정에서 대형 유통업체들과도 이미 수차례 협의를 거쳤다고 밝혔다. 표준계약서 확산에 큰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통업체가 실제 어느 정도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유통업체가 표준계약서를 따르지 않아도 곧바로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표준계약서가 법적 의무사항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표준계약서를 따르지 않으면 공정위의 집중 타깃이 될 가능성이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표준계약서를 지키지 않으면 불공정거래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공정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유통업계의 갑을 관계를 바로잡기 위한 것인 만큼 유통업체들이 표준계약서를 존중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가 추가로 지게 되는 비용을 다른 방식으로 납품업체에 전가하는 ‘풍선효과’가 일어나는지도 집중 감시할 계획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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