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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줄·전기 끊긴 STX다롄, 녹슨 배만 덩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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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공장 현지 르포

일감은 대기하고 있는데…
中은행들 갑자기 채권회수…단기 운영자금줄 막혀 타격

백방으로 뛰는 강덕수 회장
다롄시장·랴오닝성장 등 만나 "유동성 해결 도와달라"




“자재가 없어 마감 작업을 못하고 있어요. 언제 건조를 끝낼 수 있을지 저희도 알 수 없습니다.”

지난 3일 중국 랴오닝성 다롄에서 북서쪽으로 100㎞ 떨어진 창싱다오에 있는 STX다롄조선소. 이곳의 이선재 인력개발실 실장은 바닷가 암벽에서 건조 중인 4만t급 벌크선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이외에도 8000만달러짜리 가축운반선 등 4척이 건조 마무리 단계지만 자재 공급이 끊겨 납기 내 완성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생사기로에 선 다롄조선소

평소 같으면 2만5000명의 직원이 내뿜는 열기와 쇠망치, 크레인 소리로 떠들썩했을 이 조선소는 을씨년스러운 모습이었다. 녹슨 선박 자재들이 곳곳에 방치돼 있었고, 근로자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조선소 관계자는 “일부 선박의 마무리 작업을 위해 전체 인원의 10% 수준인 2000여명만 출근하고 있다”며 “나머지는 이달 15일까지 무급휴가 중”이라고 밝혔다. 해양플랜트 도크에는 플랜트 대신 제방을 통해 스며들어온 바닷물이 바닥을 채우고 있었다. 전기가 끊겨 발전기로 물을 퍼내지 못한 탓이다.

STX다롄조선은 내년 말까지 일할 수 있는 수주 잔액이 있지만 운영자금이 없어 건조를 못 하고 있다. 중국 채권은행들은 지난해 말 대출금 19억달러 중 만기가 돌아온 7억달러를 회수한 뒤 대출 연장을 전액 거부했다. 그러나 최근 경영난이 심해져 나머지 채권 회수가 불투명해지자 10억위안(약 1700억원) 규모의 운영자금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조선소 괸계자는 “중국 은행들의 채권 회수가 결정적으로 상황을 악화시켰다”며 “지원을 받아 내년 말까지 버틸 수만 있으면 매각이나 독자 회생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STX다롄조선이 위기에 빠지면서 다롄에 있는 한국 협력업체 수도 계속 줄고 있다. 주강업체인 LS카스코는 올해 초 다롄에서 철수했고, 단조업체 평산도 지난해 말 사업을 접었다. 식당 인테리어 등의 자영업자들도 장사가 안 되자 삼성전자가 반도체공장을 짓는 시안으로 이사 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광호 포스코 다롄공장 법인장은 “STX다롄조선소가 중국 업체에 매각되거나 파산하면 현재 2만5000명 규모인 다롄의 한국 동포 수는 2만명 이하로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덕수 회장, 회생 위해 안간힘

‘백의종군’을 선언한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조용히 다롄조선소 살리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강 회장은 지난주 다롄시를 방문해 리완차이 다롄시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강 회장은 STX다롄조선소의 회생 방안을 협의하고 협조를 당부했다. 다롄조선소는 다롄시 주관으로 현장 실사와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강 회장은 “다롄조선소는 조선 외에 원천 기술을 가진 해양플랜트와 엔진 부문이 있다”며 “단기 유동성 문제만 해결되면 정상화될 것”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회장은 앞서 지난 3월 말에는 다롄시가 속한 랴오닝성의 천정가오 성장을 만나 지원을 부탁했다. 랴오닝성의 발전을 위해서도 다롄조선소 정상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회장이 유독 다롄조선소 회생에 주력하는 것은 그만큼 애착이 크기 때문이다. 인수합병(M&A)을 통해 그룹을 키운 강 회장이 유일하게 직접 착공해 만든 것이 다롄조선소다. STX 관계자는 “강 회장이 직원들에게 출장 일정도 알리지 않고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다”며 “그룹이 공중 분해될 위기에 처했지만 경영권에 집착하지 않고 어떻게든 회사를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고 전했다.

다롄=김태완 특파원/서욱진 기자 tw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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