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평가사 3곳도 기관경고
하나UBS자산운용이 채권평가사 3곳과 짜고 국내에 첫 출시한 광물투자펀드의 가치를 부풀리다 중징계를 받았다. 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하나UBS자산운용은 지난달 29일 금융위원회에서 나이스채권평가, 키스채권평가, 한국자산평가와 함께 ‘기관경고’를 받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채권평가사들과 짜고 펀드의 수익권 가치를 높게 평가해 평가이익이 발생하도록 했다”며 “투자자에게 수익을 주기 위해 환헤지 비용으로 손실이 났음에도 평가를 왜곡해 배당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문제가 된 펀드는 국내 최초의 해외 광물자원개발펀드인 ‘하나UBS암바토비니켈해외자원개발펀드’다. 2018년 9월까지 환매를 못하는 이 펀드는 2007년 12월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산 수익권에 투자하기 위해 설정됐으나 니켈 생산일정이 지연되면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하나UBS자산운용은 투자자 손실이 커지자 지난해 초 수익자 총회를 열고 100억원을 외부에서 차입해 분배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하나UBS자산운용은 2008년부터 투자자에게 수익을 돌려주기 위해 펀드 손실이 많은데도 좋은 평가를 내도록 채권평가사들을 압박했고 평가사들도 이에 따라 왜곡된 평가를 했다는 게 금융당국의 분석이다.
금융감독원은 하나UBS자산운용 임직원이 평가 조작을 대가로 이익을 챙기지 않았고, 전체 669개 펀드 가운데 1개 펀드에서만 이런 평가왜곡이 발견됐다는 점에서 ‘기관경고’가 아닌 ‘기관주의’로 낮추자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는 “유사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시장에 강한 경고 메시지가 필요하다”며 ‘기관경고’를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금융기관에 대한 금융당국의 징계는 기관주의→기관경고→영업정지 등의 순서로 높아지며, ‘기관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여러 가지 경영활동에 제한을 받게 된다.
하나UBS자산운용은 신규 업무 인허가나 자회사 설립 혹은 인수합병(M&A)에 제한을 받게 된다. 또 중징계의 꼬리표가 붙어 국민연금 등 연기금으로부터 자금을 유치하거나 운용을 위탁받을 때 결격사유로 작용한다. 채권평가사 역시 시장에서 신뢰도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됐다. 하나UBS자산운용측은 ”투자자에게 수익을 돌려주려다 절차적인 하자가 있었다”고 했다.
안대규/류시훈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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