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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상가 에어컨 틀고 문 활짝…"벌금 내면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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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Story 정부, 고강도 절전 대책 이후 쇼핑가·기업 표정

쇼핑 번화가'모르쇠'
에어컨 3~4대 틀고 영업…"쾌적한 환경서 고객 맞아야"

기업, 공장 멈출 수도 없고
조명 끄고 넥타이 풀고 8월 말까지 휴가기간 분산




‘절전은 기업만?’ 2일 오후 3시 서울 명동의 P사 화장품 매장은 출입문을 활짝 연 채 에어컨을 최대로 가동하고 있었다. 정부가 7월부터 문을 열고 영업하면 계도기간 없이 과태료를 부과겠다고 발표했지만 아무 소용 없었다.

같은 시간 서울 강남의 한 대기업에선 임원들이 모여 회의를 하고 있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전력 수요 조절을 위해 3일 대기업 환경·안전담당 임원들과 긴급 회의를 열기로 한 마당이라, 뭐라도 방안을 내놔야 해서다. 그러나 작년부터 블랙아웃(대정전)의 위협 속에 별별 절전 대책을 시행, 더 이상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게 기업들의 고민이다.

○명동·인사동 일대…에어컨 ‘풀가동’

이날 낮 명동에선 서늘한 에어컨 바람이 곳곳에서 불어왔다. 화장품과 신발, 의류 매장들은 예외 없이 에어컨을 켠 채 문을 열어놓았다. S의류업체 명동점 사장인 진모씨(40)는 “문을 열어놨을 때 매출이 10이라면 문을 닫았을 때 매출은 7~8 정도”라며 “매출 차이가 커서 구청에서 단속 나오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했다.

P사 화장품 매장의 매니저 정모씨(33)도 “얼굴에 땀이 난 상태에서 화장품을 바르면 제품력을 파악하기 어렵지 않으냐”며 “쾌적한 환경에서 손님을 맞이하려면 에어컨을 틀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 인사동 일대도 마찬가지다. 관광상품 판매점 직원인 김모씨(46)는 “이 동네는 노점과도 경쟁해야 하는데 문을 닫아 두면 손님 수가 절반으로 준다”며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구청 시청 등에서 때때로 단속을 하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최영수 서울시 에너지정책팀장은 “이달에 계도활동을 벌인 뒤 7월부터 강력하게 단속할 예정”이라며 “적발되면 과태료 50만원이 부과된다”고 말했다.

○기업 “공장을 세울 수도 없는데…”

“당연히 정부 지침에 적극 협조하겠지만 현실적으로 넥타이 풀고, 에어컨 끄는 것 외에 무슨 방법이 있겠나. 거래처 납기가 있는데 공장을 멈출 수는 없고, 벌금을 내라면 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한 대기업 A사 고위 임원의 말이다.

정부의 여름철 전력수급 대책으로 전력을 많이 쓰는 2836개 대기업은 오는 8월5~30일, 하루 4시간(오전 10~11시, 오후 2~5시)씩 절전 규제를 받는다. 목표는 기준 시점도 불명확한 3~15% 전력 절감이다.

그러나 이는 ‘꿈’ 같은 숫자다. 정부가 블랙아웃을 들먹이며 절전을 강요한 것은 이미 수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동안 실내온도 조정, 복장 간소화, 전등 소등 등 온갖 방법으로 절전해왔다. SK그룹이 벌여온 ‘뽑기(플러그) 풀기(넥타이) 걷기(계단) 끄기(점심시간 조명 및 컴퓨터)’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자체 에너지 감시단을 운영하고 7월 말~8월 중순인 휴가기간을 8월 말까지 분산시키기도 했다.

절전 목표를 달성하려면 공장을 멈추는 게 정답이지만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는 3분기 성수기를 앞두고 반도체, 디스플레이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고, 현대자동차는 최근까지 노조가 주말특근을 거부, 수출 차질을 빚어온 상황이어서 생산 라인을 멈추기 어렵다.

대기업들은 사무용 건물을 중심으로 마른 수건을 다시 짜고 있다. B사는 개인용 선풍기 회수에 돌입했다. 이 회사는 지난겨울 개인 전열기를 거둬가고, 무릎담요를 나눠줬다. 관계자는 “지난겨울 손을 호호 불며 일했는데, 올여름엔 한증막 같은 데서 부채로 버틸 생각을 하니 까마득하다”고 했다.

김현석/박상익/홍선표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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