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커피가 좋아 사업을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나름대로 커피에 대한 공부도 많이 하고 난 뒤 자신감을 가지고 점포를 열었다는 것이다. 필자가 운영하는 점포의 입지는 서울 강남의 도곡동이지만 주변에 유동인구가 없고 상가가 거의 없는 한적한 지역이다. 나만의 차별화 요소만 있으면 점포 입지가 좋지 않아도 손님이 몰려올 것이라는 생각으로 점포를 오픈했다.
차별화 요소로 매장에 로스팅을 하는 기계를 들여다 놓고, 핸드드립 커피와 스페인 도넛의 일종인 추러스를 매장에서 직접 만든다는 것을 점포의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예상한 대로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다. 필자가 생각했던 경쟁력이 곧바로 효과를 나타내 점포 입지의 열세를 극복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고객들이 그 해답을 찾아줬다. 경쟁력이라고 생각했던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현실적인 파생 상품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매장에서 생두를 로스팅하다 보니 로스팅 교육을 받고 싶어하는 고객이 생겨났고, 자신이 좋아하는 정도의 배전(생두를 볶는 강도)을 원하는 ‘맞춤 로스팅 원두’ 고객도 생겨났다. 여기에 핸드드립 커피 추출법을 배우고 싶어하는 고객도 줄을 이었다. 그러다보니 커피 추출기구 등 관련 상품도 팔리기 시작했고, 교육생 중에서 가맹점을 열고 싶다는 사례도 나왔다. 점포의 콘셉트도 처음과는 많이 달라졌다. 커피만 팔았던 매장이 커피에 관련된 모든 것을 판매하는 매장으로 바뀐 것이다.
필자가 운영하는 ‘블랙머그’를 방문하는 고객 중에는 커피가 가질 수 있는 부가적인 가치를 구매하는 사람이 많다. 자신만의 원두, 자신만의 커피를 즐기는 것은 물론 커피를 직접 추출하고 그 과정을 경험하고 싶은 수준 높은 고객들이다. 그래서 점포가 눈에 잘 띄지 않는 이면도로에 있어도 기꺼이 찾아온다. 우리 점포에서 판매하는 것을 다른 점포에서는 살 수 없는 까닭이다.
만약 점포의 입지가 좋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커피전문점이 있다면 도심상권에 있는 커피점을 따라하지 말고, 고객에게 무엇이 부족한지 물어보고 그것을 상품화하는 데 힘을 쏟는 게 점포를 살리는 지름길임을 깨달았으면 한다. 김노태 < ‘블랙머그’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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