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기업인 생생토크 이형우 마이다스아이티 사장
벌은 없고 상주며 격려…직원들 헌신으로 화답
부르즈칼리파 설계때 쓰여…매출 매년 20~30% 성장
돈없어 수학여행 못간 사장 "직원이 주인되는 회사 꿈"
판교에 있는 마이다스아이티(사장 이형우·53). 이 회사 내부는 갤러리를 연상시킨다. 곳곳에 미술 작품이 걸려있다. 점심 때가 되면 식당에선 호텔식 뷔페가 제공된다. 직원에게 하루 세끼 식사를 제공하는 데 끼니당 평균 재료비가 1만3000원에 이른다.
모자를 쓴 셰프들은 대부분 호텔조리사 출신들이다. 직원들은 점심식사 후 헬스클럽에서 운동하거나 수면실에서 낮잠을 잔다. 사내 미용실에서 무료로 머리를 다듬는 직원도 있다. 이 회사의 대졸 초임은 약 4000만원. 웬만한 대기업보다 낫다. 직원이 잘못해도 벌을 주는 법이 없다. 이 회사엔 상만 있다.
업계에서는 마이다스아이티를 ‘직장인의 천국’이라고 부른다.
◆사용하기 편한 SW로 세계1위
마이다스아이티는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다. 주력 제품은 건설 및 기계분야 공학기술용 시뮬레이션 제품이다. 고층 빌딩이나 체육관 등 큰 건축물을 설계할 때는 바람과 지진 등 각종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컴퓨터를 이용해 이들 변수가 미치는 영향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만든 소프트웨어가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이다.
이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설계한 건축물로는 세계 최고층 빌딩인 아랍에미리트(UAE)의 부르즈칼리파를 비롯해 두바이타워,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 길이 8206m의 사장교인 중국 수퉁대교 등이 있다.
이렇게 세계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이 사장은 “사용자가 쓰기 편하고 나라별로 현지화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고객 서비스와 온라인 기반의 기술지원 서비스도 강점이다. 이형우 사장은 “국내의 경우 우리 소프트웨어 시장점유율이 90%가 넘는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다. 최근에는 자동차 및 기계용 소프트웨어 분야에도 진출했다. 자동차의 경우 각 부품과 차체의 안전성능 확보, 피로수명 예측은 물론 쾌적한 운전을 위해 진동과 소음을 평가해 개선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도 만들었거나 개발 중이다.
이 회사는 2000년 설립돼 매년 경이적인 매출 신장을 기록하고 있다. 창업 첫해 15억원이었던 게 2006년 221억원, 2010년 542억원, 2012년 777억원(글로벌 매출 기준)으로 늘었다. 이 사장은 “창업한 지 4년 만에 건설공학기술과 관련된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가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고 2007년 세계시장 1위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몰래 소프트웨어 개발 시작
어떻게 이런 성장을 이룰 수 있었을까. 부산에서 태어난 이 사장의 집안은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급격히 기울었다. 부산공고에 들어가서도 장학금으로 학업을 간신이 이어갔다. 고교시절 몇천원이 없어 수학여행조차 가지 못했다.
부산대 기계설계학과에 입학한 뒤 과외로 학비를 마련했으나 1980년대 들어 과외활동이 전면 금지되면서 책외판원 생활을 했다. 그는 “부산시내를 가가호호 돌며 영웅전 등 전집류를 팔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소프트웨어와 인연을 맺었다. 대학 졸업 후 대우조선에 입사해 설계업무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간단한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었다. 이를 계기로 개발업무를 맡게 됐다. 하지만 핵심구조설계는 외국 기술에 의존하고 있었다.
그는 자체 기술로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 외국 소프트웨어는 불편한 점이 많고 어려워 일부 구조기술자만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포스코건설로 이직한 뒤 소프트웨어를 개선해 국내 환경에 적합한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이 사장은 “몰래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는데 용광로 설비보수공사 과정에서 일본 굴지 업체와 경쟁해 기술력을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이를 계기로 상업용 소프트웨어 판매를 시작했고 일반 구조기술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매뉴얼도 함께 제작했다.
그는 2000년에 독립했다. 창업 후 신속하게 움직였다. 2001년 소프트웨어를 미국에 첫 수출했고 2002년에는 일본에도 진출했다. 이후 중국 미국 유럽 인도 인도네시아 등에 속속 진출하면서 글로벌 시장 개척에 나섰다. 올해 초에는 영국에 법인도 설립했다. 이 과정에서 몇 번의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인본경영으로 직원들 이끌어
이 사장은 “2004년께 구성원(이 사장은 사원을 ‘종업원’이나 ‘직원’대신 ‘구성원’이라고 부른다)이 100여명을 넘어서자 의사소통에 한계가 생겼고 이직률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미래비전에 대한 공감대도 없었다.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구성원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자 그는 인간이 과연 무엇인지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인간의 사회생물학’이라는 책을 100번쯤 읽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의 심리학자인 매슬로의 욕구 5단계설, 뇌과학, 진화심리학 등에 관한 책을 독파하며 경영관을 정립했다. 이른바 ‘자연주의 인본경영’이다.
이 사장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인간의 행복을 돕는 경영”이라고 설명했다. 사람을 철저히 이해해 동기를 부여하고, 구성원 개개인을 경영의 주체로 세우는 것이다. 이 사장은 “우리 구성원들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열정을 갖고 주인처럼 일하는 것도 여기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마이다스아이티는 건설공학용 소프트웨어에서 한걸음 나아가 의료 인체공학·우주 로봇·첨단주거공학용 소프트웨어 등으로 진화를 꾀하고 있다. 그 밑바탕에는 직원들의 열정이 깔려있다. 이 사장은 “현재는 구성원이 2대 주주이지만 앞으로 1대 주주로 올라서게 될 것”이라며 “결국 구성원이 주인인 회사를 만들 생각”이라고 밝혔다.
회사 곳곳 나침반 걸고 "기술로 공동善 이루자"
마이다스아이티에는 나침반이 많다. 사내 곳곳에 이들이 전시돼 있다. 세계 각지에서 구해 온 것이다. 나침반은 언제 어디서든지 북쪽을 가리킨다.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나침반은 이 회사의 상징이다. 이 회사의 나침반은 어디를 가리키고 있을까. 이형우 사장은 “우리의 존재 의미는 옳은 일을 올바르게 하는데 있다”고 말했다. ‘옳은 일’은 ‘인간의 행복을 위한 일’이며 ‘올바르게 실행한다’는 것은 ‘최상의 효과와 효율을 기하는 것’을 뜻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옳은 일은 ‘나눔’과 연결된다. 이 회사가 인도 소외계층들을 대상으로 우물파기 사업을 벌이는 것도, 개도국 어린이를 위한 백신지원 사업을 벌이는 것도, 아프리카에서 말라리아병 감염 방지를 위한 살충모기장 지원사업을 벌이는 것도 다 그런 맥락에서다. 선천적 안면기형어린이 돕기, 노인복지관 지원, 독거 어르신 도시락 지원, 노숙자 무료급식소 봉사 등도 마찬가지다.
이 사장은 “기술자란 자신의 전문적인 기술로 세상의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이며 특히 공동선(善)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철학은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 정신과도 일맥상통하는 듯하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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