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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슈 찬반토론] 기초단체 정당공천 폐지하는 게 옳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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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치의 중앙 예속 막고 비리 줄여"

"여성이나 소수 세력 보호를 위해 필요"

지방선거를 1년여 앞두고 시·군·구 등 기초자치단체의 단체장과 기초의회 선거에서 정당공천제를 없앨 것인지를 둘러싸고 정치권에서 논쟁이 한창이다. 여야 정치권은 지난 18대 대선 과정에서 기초자치단체 선거의 정당공천제 폐지를 공약했지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반대론이 커지면서 지금까지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지방선거 정당공천제는 기초단체장의 경우 1995년, 기초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 때부터 각각 도입됐다. 정당의 책임정치 구현, 공직 후보자에 대한 사전 검증 필요성 등이 도입 이유였다. 하지만 중앙당의 지나친 개입으로 지방자치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각종 비리가 발생하는 등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폐지 논의가 나오게 된 배경이다. 새누리당은 대선 공약에 따라 지난 4·24 재보궐 선거에서 기초 단체장과 의회 의원을 공천하지 않았다. 기초단체 정당공천제 폐지를 둘러싼 찬반양론을 알아본다.

찬성

정당공천을 폐지하자는 쪽은 지방정치의 중앙정치 예속을 가져오는 것을 막고 각종 비리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김도종 명지대 교수는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철저히 예속됨으로써 지방자치 본연의 취지가 전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며 “지방선거 과정이 지역별 현안이 쟁점화돼야 하는데 주요 정당 간 대결구도로 선거가 치러짐에 따라 선거 자체가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민선 4기 기초단체장의 경우 230명 가운데 49.1%가 임기 중 비리혐의로 조사를 받았고, 결국 19.6%인 45명이 유죄 판결을 받아 임기 중 사퇴했다”며 “이런 비리를 단절시키기 위해서라도 정당 공천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육동일 충남대 교수도 “지역 정치구조가 특정 정당에 독점되면서 ‘정당공천=당선’이라는 인식과 함께 지방선거가 토착비리와 지역주의를 재생산하고 건전한 지방자치를 저해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며 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지지했다.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은 “여성 정치 활성화를 위한 제도 마련은 꼭 해야 한다”면서도 “공천헌금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이 제기되므로 정당공천제는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새누리당 이채익 의원은 “지방자치 23년을 거치면서 정당공천은 순기능도 많았고 역기능도 많았다”며 “개인적으로는 공천폐지를 찬성하지만 폐지에 따라 극복해야 할 문제점도 많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대


정당공천제를 계속 유지하자는 측에서는 여성을 비롯 신진 소수 세력의 보호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정연주 성신여대 교수는 “지방자치제도의 중요한 기능이 다원적 민주주의의 실현”이라며 “정당공천을 금지하는 것은 다원적 민주주의를 내용으로 하는 지방자치제도의 기능에 반하고, 아울러 정당민주주의와 복수정당제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 제8조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다른 여타의 선거에서 인정되는 정당공천을 유독 기초지방선거에서만 금지하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도 위반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여성 의원들의 경우 반대의견이 압도적이다. 진보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면 여성할당제마저 사라지게 돼 여성의원 수의 급격한 축소가 불 보듯 뻔하고 소수정당의 진출도 난관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여성과 소수정당 진출을 가로막는 정당공천제 폐지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김을동 중앙여성위원장, 민주당 유승희 전국여성위원장 등 여야 여성 의원 39명은 지난달 초 국회에서 긴급 토론회를 열고 정당공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목포대 김영태 교수는 “정당을 표방하지 않고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돼 있듯이 정당을 표방하고 선거에 출마할 자유도 마땅히 보장해야 한다”며 정당공천제 폐지가 지방자치의 강화로 이어지기보다는 오히려 지방자치 역량의 퇴조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생각하기


기초단체장과 의원의 정당공천제는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를 폐지하는 데 찬반양론이 있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폐지할 정도로 부작용이 심각한 것인지, 아니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운영할 수 있는 방안도 있는지 찾아보는 일이 될 것이다. 정당공천제의 부작용으로 지적되는 내용은 대부분 중앙당의 지나친 개입, 지방정치의 중앙정치화, 비리 개입 가능성 등이다. 그런데 이런 부작용은 사실 기초지방자치단체 선거뿐 아니라 광역자치단체 선거, 그리고 국회의원은 물론 대통령 선거에도 정도의 차이일 뿐 그대로 해당하는 것들이다. 무릇 선거라는 고도의 정치과정이 개입되는 곳에서는 모두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얘기다. 만약 이런 부작용이 우려돼 기초자치단체 선거에서 정당공천을 없애야 한다면 모든 선거에서 정당 공천제를 없애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정당정치를 부정하는 것이 되고 결과적으로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

결국 기초단체 선거에서 정당공천 폐지 주장은 논리적으로 따지면 별로 설득력이 없어진다. 물론 현실적으로 기초단체까지 정치의 부정적 영향력이 지배하는 현실은 우려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정치문화나 선거문화 발전 등을 통해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일이지 정당공천제를 유독 기초단체에 대해서만 폐지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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