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산·원도심·동부산 인프라 건설…육해공 연결한 복합 물류체계 구축
'조선산업 구원투수' 플랜트 산업 육성… 중소기업 세계시장 공략 적극 나서
부산이 앞으로 ‘새로운 50년’ 동안 먹고살 길은 무엇일까. 올해 부산은 ‘직할시 승격 50주년’을 맞았다. 부산시는 오는 10월5일 시민행사를 통해 새로운 50년을 준비한다. 과거 50년을 성찰하고 부산만의 가치와 강점을 내세워 새로운 50년을 준비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새로운 계획의 핵심은 부산이 명실상부한 해양수도로 정체성을 확보한다는 데 두고 있다. 항만 인프라와 부산의 강점산업을 안착시키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덧붙여 세계적인 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주수현 부산발전연구원 경제산업연구실장은 “앞으로 새로운 50년의 준비는 인프라 구축의 마무리 작업과 내용물을 알차게 채워 넣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선 부산시가 부산의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힘을 쏟는 부문은 서부산·원도심·동부산 등 3개 권역의 인프라 구축이다. 물류허브를 지향하는 부산신항과 배후물류단지, 에코델타시티 등이 인접해 있는 서부산권은 향후 부산시가 동남권 신공항과 대륙으로 향하는 철도까지 연결해 육·해·공을 구비한 복합물류체계로 구축된다. 인구감소와 노후화가 진행되는 원도심지역은 북항재개발과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북항재개발 지구는 신해양경제특별지구로 육성된다. 동부산권은 기존의 영화·영상산업 육성에다 동부산관광단지 개발사업을 통해 체류형 관광인프라를 확충할 계획이다.
허남식 부산시장은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고 동북아 해양수도의 정체성을 확고히 할 것”이라며 “해양산업을 중심으로 창출형 지역경제를 정착시켜 ‘크고 강한 부산’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기업들도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신제품과 글로벌 시장 개척에 주력하고 있다. 추락하고 있는 조선산업을 되살릴 구원투수로 플랜트산업을 정하고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금오기전과 파나시아 등도 조선시장의 변화를 읽어내며 플랜트제품을 개발해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다른 업체들도 기존제품을 플랜트용으로 재개발하거나 새로운 부가가치 제품을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플랜트를 잡지 못하면 중국과 유럽 기업에 밀려 미래가 불투명해지기 때문이다. 부산신항 배후지에는 일본 기업들이 몰려오고 있다. 세계 최고의 시설과 항만운영 시스템을 갖춘 신항에 정착할 경우 경쟁력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지역 상장기업 제1호인 한진중공업도 노사 갈등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약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 비락도 두 차례나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새로운 마케팅 전략으로 제2의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세계시장에 대한 도전도 거세다. 스틸플라워, 오토닉스, 리노공업도 글로벌 기술력을 갖추고 고부가가치를 구현하면서 부산 경제의 중심으로 버티고 있다. 화승과 성우하이텍, 동성화학, 대한제강 등도 부산의 중견기업으로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고 세계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이한 한성기업과 코메론, 비락, 미창석유공업 등도 수출시장을 개척하면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조성제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은 “부산은 삼성과 LG 등 대기업들이 태어난 역사와 저력을 가진 곳”이라며 “탄탄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글로벌 시장에 눈을 돌리고 새로운 경제흐름을 찾아내 미리 선점하는 정책과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꿈의 항로인 ‘북극길’의 시발점이 부산인 점을 살려 특수선박과 물류·공항사업을 연계시켜 해양강국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역전문가와 행정가들은 입을 모은다. 해양수산부가 부활했고, 우리나라가 북극 개발을 주도하는 정식 옵서버 자격을 최근 획득한 점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창호 국가해양정책연구회 운영위원장(인천재능대 교수)은 “북극해 항로 환적항 선점 개발을 위해 우리 항만의 장점을 살려 러시아 극동항을 대체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부산을 거점으로 하는 북극해 항로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동식 한국해사기술 회장도 “부산은 지정학적으로 동북아 최적의 물류기지 조건을 구비한 해양수도”라며 “부유식 구조물을 활용한 친환경 해양공간 창출을 통해 공항과 항만이 연계된 허브 터미널을 건설한다면 신성장동력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치 갈등을 겪고 있지만 신공항은 부산의 도약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신정택 세운철강 회장(전 부산상의 회장)은 “부산의 미래는 항만, 철도와 함께 24시간 가동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국제공항을 갖추는 데 달려 있다”면서 “공항이 갖춰지면 세계적인 정보들이 몰려오고, 부산과 울산, 경남에 걸쳐 있는 세계적인 기계 제조 클러스터와 영화·관광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면서 해양수도로서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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