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선 < 중흥건설 회장 kyj4668@naver.com >
골목길 어린시절 아이들의 정겨운 놀이터가
어쩌다 불안한 공간으로 바뀌었는지
내가 젊었을 적 동네 꼬마들의 최고의 놀이터는 바로 동네의 골목길이었다. 컴퓨터는 고사하고 미끄럼틀 하나 없었지만 그 시절 동네 꼬마들의 웃음 가득한 추억이 가장 많이 어려 있는 곳이 바로 골목길이었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나무칼로 칼싸움을 하다 머리에 큼지막한 혹이 생기기도 하고 가끔은 술래가 되어 땀을 뻘뻘 흘리며 친구들을 피해 도망 다니기도 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갈 때 골목길에서 만난 아이들은 큰 혹이 생기고 땟국물 흐르는 몰골이었어도 웃음을 잃는 법이 없었다. 저녁 먹으러 들어오라며 이름을 외치는 어머니들의 목소리가 들릴 때면 아쉬움 가득한 얼굴로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집으로 돌리는 아이들의 모습도 쉬이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얼마 전 이사를 계획 중인 젊은 직원이 집이 골목 깊숙이 있다며 볼멘소릴 하는 것을 들었다. 집이 골목에 있는 것이 무어가 문제냐고 물으니 돌아오는 대답이 ‘세상이 험해서’란다. 열 살도 채 되지 않던 아이들에겐 그저 즐거운 놀이터였던 공간이 오히려 서른이 넘은 성인에게는 경계의 대상이 된 것이다.
골목길 자체가 위협적이진 않을 것이다. 길이 사람을 삼키려 들겠는가, 건물이 사람을 해하려 덮쳐들겠는가. 오히려 길은 더 매끈하게 닦이고 건물은 튼튼해졌음에도 골목길은 어느샌가 경계를 불러일으키는 공간이 됐다. 길은 포장돼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일도 없건만 어두운 골목을 지나는 사람들은 무엇이 그리 두려운지 끊임없이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비닐이 바람에 날리는 작은 소리에도 소스라치게 놀라곤 한다.
변한 것은 골목길이 아니라 우리들, 바로 사람일 것이다. 몇 해 전 ‘건물은 높아졌지만 인격은 더 작아졌다’는 글귀가 유독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와 닿았던 것도 같은 이유이리라. 높아진 건물과 달리, 매끈해진 길과 달리 우리의 마음은 점점 낮고 거칠어지고 있는 것은 왜일까. 세상이 험해진 것이 이유라지만 세상이 험해진 이유도 결국은 우리, 사람의 문제일 것이다.
잘못된 가치가 사람들에 의해 우선시되고, 그것에 익숙해져 또 다른 잘못된 가치가 우선시 되는 과정을 거듭하면서 세상은 자꾸만 각박해지고, 험해져 온 것이 아닐까. 이제는 차갑게 식어야 완성되는 아스팔트 바닥이 아닌, 따뜻할 때 완성되는 우리의 마음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창선 < 중흥건설 회장 kyj4668@naver.com</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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