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250 생산하지만 판로 막혀 80씩 버려져
'농업 세계화의 꿈' 누군가가 계속 이어갔으면…

지난 25일 찾은 경기 화성시 서신면 동부팜한농 유리온실. 매달 250가량의 토마토를 생산할 수 있는 동양 최대 규모 유리온실인 이곳은 지금 거대한 폐기물 처리장으로 변해 있었다. 냉장 유통 기한인 4주를 넘긴 토마토가 대형 분쇄기 앞에서 마지막 처리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월 80가량의 토마토가 이런 식으로 사라지는 중이다. 개당 200~300g인 주먹만한 토마토가 매일 1만2000개 이상 폐기되는 셈이다.
버려지는 토마토가 너무 많은 탓에 냉장창고에 다 보관하지 못하고 1주일 만에 폐기되는 토마토도 하루에 3000개가 넘었다. 동부팜한농이 10만5000㎡인 전체 유리온실 중 1차로 절반(5만㎡)만 이용하고도 이렇게 많은 토마토를 버리게 된 사연은 뭘까.
화성 유리온실을 총괄하는 조홍석 동부팜한농 영농팀장은 “동부가 유리온실 사업을 포기하기로 한 후 일본 업체들이 장기 거래가 어렵다며 주문을 잇달아 취소하면서 버리는 토마토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식같이 키운 토마토를 버릴 때마다 가슴이 찢어진다”고 안타까워했다.
지난 2월만 해도 상황이 이렇지 않았다. 시험 재배한 토마토를 일본 업체들에 수출하기 시작한 때였다. 당시만 해도 일부 물량을 사가던 일본 업체들은 “토마토를 본격 수확하면 품질을 보고 더 주문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렇게 1차 주문한 양이 월 100여. 동부팜한농은 기대에 부풀어 50명 선이던 화성 유리온실 직원을 70여명으로 늘렸다.
3월부터 상황이 꼬여갔다. 국내 농업인들이 동부를 상대로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정부와 결탁한 동부는 하루빨리 유리온실 사업에서 손을 떼라”며 정부와 동부를 압박했다.
동부는 농민들을 설득했다. 재배한 토마토를 전량 일본에 수출하겠다고 했지만 그들을 설득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국내 농가가 재배하는 분홍빛(핑크계) 토마토가 아닌 유럽계 붉은빛(레드계) 품종을 재배하겠다는 말도 통하지 않았다. 국내에서 생산된 토마토의 0.5%만 수출되고 이마저도 대부분 방울토마토였지만 농민들은 동부의 약속을 신뢰하지 않았다. 조 팀장은 “내수용으로 유통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쓰고 약속을 어겼을 때 위약금까지 물겠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고 전했다.
유리온실 반대운동이 동부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으로 확산되자 결국 3월26일 백기를 들었다. 주로 농민을 상대로 농약과 비료, 종자 등을 판매하는 동부팜한농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전체 매출의 1%가량인 토마토 사업을 위해 나머지 99%를 희생할 순 없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토마토는 골칫거리가 됐다. “어차피 팔지도 못하는데 좋은 일에 쓰자”고 기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지만 이마저도 농민들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구매력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들에게 토마토를 주는 건 우리 밥줄을 끊는 행위”라는 게 농민들의 주장이었다. 어쩔 수 없이 노숙자를 상대로 급식을 하는 봉사단체를 찾아 나섰다. 그렇게 전체 생산량 중 3분의 1을 처리하고 있다.
동부는 지금 밑지는 장사를 하고 있지만 농민단체나 다른 곳에서라도 토마토 사업을 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신금순 유리온실 작업반장은 “누가 됐든 사업을 이어받아 안정된 환경에서 열심히 일하고 싶다”며 “토마토를 생산해 농업 세계화에 기여하고 싶은 게 전 직원의 바람”이라고 전했다.
화성=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 女고생 "3개월간 성노예였다" 선배가 강제로…
▶ 기성용-한혜진 웨딩 비용 얼만가 봤더니…헉
▶ 공무원男女 수십명, 한 호텔에서 집단으로…
▶ 정경미-윤형빈 결혼 2달 만에 '이럴 줄은'
▶ '목욕탕 때밀이' 실체 밝혀지자…"이럴 수가"
[한국경제 구독신청] [온라인 기사구매] [한국경제 모바일 서비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