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출구전략 시사하자
다우지수 조정…美채권 약세
외국인 자금, 日서 한국으로
뱅가드 펀드 물량도 내달 종료
지난주 초만 해도 세계 증시는 1월과 3월에 이어 올해 세 번째 랠리가 진행 중이었다. 미국 일본 독일 영국 등 선진국 시장이 상승을 선도했다.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네시아 태국 등 캐리트레이드(저금리 국가에서 돈을 빌려 고금리 국가에 투자하는 전략) 대상국들이 선진국 시장을 따라가는 모습이었다. 증시는 경제의 방향타이고 주가는 실적의 그림자라고 하지만, 올해 주식시장에선 기업 실적이나 경제여건을 뛰어넘는 유동성(돈) 잔치가 벌어졌다. 그러나 지난 22일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 발언과 다음날 일본 닛케이225지수의 7%대 대폭락으로 돈잔치가 끝나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유동성 축소 우려에 증시 하락
지난 22일은 미국에서 유동성 공급정책의 효과를 점검하는 날이었다. 미국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이 공개되고 버냉키 의장은 의회에서 관련 연설을 했다. 요지는 유동성 공급의 정책목표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고용지표 등 미국 경제지표가 더 나아질 때까지 양적완화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과 몇개월 뒤부터는 이 규모를 축소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했다.
시장은 ‘유동성 공급 규모 축소’에 귀를 쫑긋 세우고 반응했다. 사상 최고치 행진을 펼치던 다우존스지수와 S&P500지수가 조정을 보였다. 유동성 관련주인 금융주와 경기 민감형의 기술주, 소재주 주가가 떨어졌다. 주가 조정의 빌미가 되며 투자자들은 숨고르기에 나섰다. 미국 증시는 이렇게 5월을 서서히 마무리하고 있다.
○미국 채권시장도 약세
FOMC의 분위기는 채권시장에 그대로 영향을 미쳤다. 유동성이 풍부하면 안전자산인 채권에서 위험자산인 주식과 상품으로 이동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동안 미국 Fed는 채권 매입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해왔다. 유동성 공급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한다는 신호는 채권 매도세를 자극한다. 이날 10년물 미국 국채 수익률은 2%대로 올라섰다. 외환시장에서도 미국 달러가치만 상승하고, 다른 통화들은 동반약세 흐름이 이어졌다.
○한국 증시에선 기관 수급개선 중
그동안 소외됐던 한국 주식시장에선 변화의 기류가 좀 더 선명해졌다. 자산운용사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의 수급이 점점 개선되고 있어서다. 헤지펀드 등 외국인들도 일본이 아닌 한국 코스피시장으로 투자방향을 돌릴 수 있다. 세계 최대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인 뱅가드 펀드의 기초자산 지수 변경에 따른 매도 물량도 6월로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
오랫동안 방치돼 있던 우량 우선주와 금융주의 상승탄력이 커진 것도 증시 수급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는 증거로 판단된다.
매수신호 기간 후반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일본발 금융쇼크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을 더 이상 심화시키지 않는다면, 코스피시장이 긴 어둠의 터널을 빠져 나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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