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하나대투증권
고객이 먼저 믿고 맡기는 비결
사내 우수인력 50명 뽑아 8주간 VIP PB 전문 교육
IB전문가 활용해 서비스 강화…고객별 맞춤형 상품 제공
발탁·외부 수혈로 조직에 활력
임창섭 사장 취임후 '체질 개선'…지점장 35% 능력위주로 중용
강남지점 6개월새 수익 톱 랭킹
이경수 오조통상 회장(73)은 3대(代)가 하나대투증권 고객이다. 두 딸과 아들, 6명의 손자·손녀가 하나대투증권 계좌를 갖고 있다. 무역과 부동산 투자로 자수성가한 이 회장은 매달 들어오는 수입 중 상당 부분을 하나대투증권 서울 반포지점에 맡긴다. 손자들의 용돈은 채권형 펀드에 넣어 관리한다.
이 회장의 아내 정미순 씨(69)는 “35년 전 구반포로 이사갈 때 세살배기 아들 손을 잡고 대한투자신탁(하나대투증권 전신) 지점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꾸준히 거래했다”며 “다른 대형 은행과도 거래하는데, 하나대투증권이 유달리 믿음직스러워 ‘큰집 식구’라고 부른다”고 했다. 심황기 반포지점 부부장은 “가끔 회전식 초밥과 소주 한 병을 사들고 옥수동 회장님 사무실을 찾아가면 좋아한다”며 “그분의 아들이나 사위라고 생각하며 지낸다”고 고객 관리 비결을 소개했다.
김승록 하나대투증권 강남지점장(43)은 지난해 12월17일 대구시 수성구의 소형 지점 ‘수성 VIP클럽’ 지점장에서 서울 강남지점장으로 발탁됐다. 본사나 자문사에서 취급하던 랩어카운트 상품을 증권사 지점 차원에서 활성화해보자는 취지의 인사였다. 김 지점장은 경쟁이 치열해 ‘지점장의 무덤’으로 불리던 강남지점을 부임 6개월 만에 전국 톱 랭킹의 수익을 자랑하는 ‘알짜 지점’으로 탈바꿈시켰다.
지난해 6월 임창섭 사장이 취임한 뒤 하나대투증권이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브로커리지(주식 종목 매매) 영업 중심의 조직과 인력이 고객의 자산을 종합 관리해주는 조직으로 서서히 탈바꿈하고 있다. 임 사장이 취임하며 내세운 ‘종합자산관리 분야 강자로 거듭나자’는 목표에 다가서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의 강점이 임 사장의 리더십과 만나 복원되고 있다는 게 임직원들의 반응이다. 하나대투증권 전신인 대한투자신탁은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자산관리회사다. 1968년 한국 최초의 펀드라고 할 수 있는 투자신탁 상품을 처음으로 판매했다.
체질을 바꾸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임 사장은 “변신하느냐 안하느냐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며 임직원들을 붙잡고 설득했다. 조직과 사람도 바꿨다.
지난해 9월 조직개편을 통해 본부별로 흩어져 있던 금융상품 개발부서를 상품전략본부로 통합하고, PB사업부를 신설했다. 지난 1년간 100명의 지점장 중 35명(35%)의 지점장을 능력 위주의 발탁 인사로 중용했다. 과거에는 연 평균 10% 수준에 불과했다.
임 사장은 종합자산관리의 성패가 우수 인력과 매력있는 상품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사내 영업 우수직원 중 50명을 뽑아 8주간 VIP PB 전문가 교육을 한 뒤, 작년 말 일선 지점에 배치했다. 하나대투증권은 PB들을 대상으로 세무 부동산 파생상품 등 전문 영역에 대해 정기적인 교육과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발탁 인사와 외부 수혈을 통해 조직에 활력을 불어놓고 있다. 대표적 인재 중 한 명이 하나대투증권 신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함민석 e-비즈 영업부장(44ㆍ이사)이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을지문덕’이라는 필명으로 활약한 ‘재야 주식 고수’였다. 2008년 하나대투증권 여의도 지점장을 그만둔 뒤 미국계 사모펀드 운용회사에서 일하다가 올해 2월 하나대투증권으로 복귀했다. 김승록 지점장도 발탁 인사 사례로 꼽힌다. 이용철 하나대투증권 전무는 “브로커리지업은 어부처럼 종목만 잘 고르면 단기간 성과를 낼 수 있지만, 자산관리는 농부처럼 최소 1년간 씨앗을 뿌려야 수확물을 거둘 수 있다”며 “앞으로 그동안 뿌린 씨앗의 성과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의 강점인 IB 인력을 활용해 PB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것도 하나대투증권만의 차별화된 전략이다. 이른바 ‘PIB(프라이빗 인베스트먼트 뱅킹) 서비스’다. 가장 빠르게 적용되고 있는 분야가 상품 개발이다. 지난 4월 초 기관투자가들과 개인 큰손들에게 판매해 1주일 만에 500억원 물량을 완판한 ‘하나 GTAA 인덱스 연계 파생결합증권(DLS)’이 대표적이다. 이 상품은 수익률의 기본 잣대가 되는 인덱스를 증권사가 자체 개발했다. 글로벌 IB, 운용사로부터 수수료를 주고 빌려온 인덱스로 만든 금융 상품이 ‘조립 상품’이라면, ‘하나 GTAA’는 원천 기술을 갖고 만든 ‘제조 상품’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IB 전문인력이 PB 고객들을 위해 맞춤형 상품을 설계하고, 이를 다시 PB 채널로 판매하는 구조다.
인기를 끌고 있는 턴어라운드형 주가연계증권(ELS)도 하나대투증권만의 독창성을 엿볼 수 있는 금융상품이다. 만기 1년 상품으로 2개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설정하는 데 원금 손실을 5%까지 허용하는 대신, 상승 구간의 이익을 고객에게 제한없이 돌려줄 수 있도록 구조를 짰다. ELS나 DLS는 원금을 보장해야 잘 팔린다는 고정관념을 깼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되고 있는 박스권 장세, 글로벌 저금리로 인한 유동성, 기업 실적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받고 있는 주식 종목 등 거시경제와 미시 분석틀을 종합 분석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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