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자재업체 벽산이 지난 2일 효성 건자재 사업부를 23억8000만원에 사들였다. 벽산은 건물 내부에 사용되는 내단열재만을 생산해오다 이번에 외단열재 시장으로 진출하게 된 것.
하지만 사내엔 이미 작년 11월부터 외단열사업팀이 따로 구성돼 있었다. 외단열재 시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 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며 시장에 진입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던 것. 때마침 효성 건자재사업부가 매물로 나오자 김성식 벽산 사장(46·사진)은 인수전에 적극 뛰어들었다. 1983년부터 외단열재를 만들어온 효성 건자재사업부는 2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벽산의 실적이 다소 악화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김 사장은 과감히 인수를 결정했다. 김 사장은 “정부가 에너지 절감을 위해 단열 관련 규정을 강화하면서 시장이 대폭 성장할 것으로 판단했다”며 “어려울 때일수록 공격적인 사업확장으로 신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1958년 설립된 벽산은 내단열재, 천장재 등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5.3% 줄어든 318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 이익도 32% 감소해 150억원에 머물렀다. 국내 건설 경기가 침체되고 엔저의 영향으로 일본 수출에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김희철 벽산건설 회장의 장남. 2007년엔 벽산페인트, 2008년엔 하츠의 대표도 맡았다. 회사 경영에 뛰어들기 이전엔 해외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일본 건자재업체 닛토보우세키(日東紡績)와 미국 보스턴컨설팅 그룹에서 일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인수를 계기로 외단열 사업을 통해 실적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국내 외단열재 시장 규모는 1700억원. 오는 2017년엔 이보다 53% 가량 늘어나 2600억원에 달할 것이란 게 그의 생각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에너지를 30%까지 절감하는 것을 목표로 삼은데 이어 2017년까지 이를 60%로 끌어올릴 계획이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현재까진 매년 평균 8%씩 성장하고 있지만 이같은 정부 규제에 따라 시장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사장은 시장 공략을 위해 기존의 내단열재 개발 기술을 외단열재 사업에 접목,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벽산의 주력 제품인 내단열재 ‘아이소핑크’를 외단열재 마감재에 부착하는 방식이다. 김 사장은 “이 제품은 단열성이 뛰어날뿐만 아니라 불이 나면 스스로 꺼지는 자기소화성을 갖고 있어 외단열재로도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기존엔 단일 제품군을 생산하는 데 그쳤지만 내·외단열재 시스템을 모두 아우르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밖에도 위기 때마다 사업을 확장해 왔다. 성장이 둔화되기 시작한 2007년엔 신광페인트공업을 인수해 수도권에 페인트 생산기지를 확보했다. 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엔 레인지후드(요리할 때 생기는 냄새나 공기를 배출·정화하는 환기 장치) 생산업체 하츠를 사들였다. 그는 “55년간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이같이 공격적인 투자가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재무적인 역량이 되는 한 다양한 회사와의 인수합병(M&A)를 적극 고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한국경제 구독신청] [온라인 기사구매] [한국경제 모바일 서비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