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 아프리카 뮤지컬 '우모자'
남녀 배우 30여명 열연…26일까지 충무아트홀서
둥둥 두두둥 두두둥…. 탄탄한 근육을 뽐내는 남성들의 힘차고 격렬한 북 연주가 심장을 고동치게 한다. 가슴을 드러낸 여인들의 춤에선 원초적인 생명력의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우모자’(사진)는 신비하고 이국적인 아프리카의 토속 공연으로 시작된다. 원시 부족사회에서 술을 만들 때, 성년이 될 때, 남녀관계를 고민할 때 행했던 의식을 역동적으로 재현한 후 현대로 넘어와 재즈 스윙 가스펠 힙합 등 다양한 춤과 노래의 향연을 펼친다.
공연은 원시 부족사회부터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의 세월을 지나 오늘에 이르는 남아프리카공화국 흑인들의 역사를 춤과 음악의 변천사로 보여준다. ‘아프리카 대표 뮤지컬’이란 타이틀을 내걸었지만 공연 양식은 뮤지컬보다는 버라이어티 쇼나 19세기 후반~20세기 초 유럽과 미국에서 성행한 레뷰(통일된 주제로 노래와 춤, 풍자극 등을 혼합해 구성한 쇼)에 가깝다. 내레이터가 중간중간 등장해 이해를 돕는 해설을 곁들일 뿐 대사 없이 강렬한 리듬과 역동적인 춤, 노래로만 진행된다.
2막 8장으로 구성된 공연은 각 장마다 다른 장르의 음악과 다른 시대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쇠사슬로 발이 묶인 광산 노동자들이 검은 부츠를 두드리며 추는 검부츠 댄스, 삼엄한 통제를 피해 불법 술집으로 몰려든 젊은이들의 열정적인 춤 파타파타, 양손에 든 빈 깡통만으로 훌륭한 음악을 만들어내는 여학생들의 리듬놀이 등 흥겨운 신명 속에 억압받고 고통받은 이들의 애환이 묻어난다. 이런 시대적 아픔은 흑인 영가 ‘낙원으로 가는 길’을 부르는 장면에서 절정에 이른다. 흑인의 감성과 리듬으로 부르는 가스펠 합창은 가슴 찡한 감동을 선사한다.
30여명의 남녀 배우는 다양한 장르의 노래와 춤을 아프리카 특유의 리듬감으로 탁월하게 소화해 낸다. 그들이 온몸으로 함께 빚어내는 아카펠라(무반주)의 화음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악기는 인간의 목소리’임을 새삼 깨닫게 한다. ‘우모자(Umoja)’는 아프리카 언어인 스와힐리어로 ‘함께하는 정신’이라는 의미다. 시대를 초월한 남아프리카인들의 음악에 담긴 평화적 염원을 뜻한다는 설명인데, 이런 의미와 설명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무대였다.
공연은 오는 26일까지, 5만~13만원. 경기 구리아트홀(28~29일)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31일~6월1일), 부산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6월7~8일)에서도 공연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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