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릇한 산세가 화강암 속으로 파고든다. 선선한 바람 역시 화강암에 부딪히며 흐릿한 녹색 풍경을 변주한다. 자연의 기운이 차지게 다가온다.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 본관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산의 화가’ 정주영 씨(43·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그림에서는 산 중간중간의 바위와 더불어 녹색의 나무들이 어우러져 미묘한 운치를 느낄 수 있다.
서울대 서양화과를 나와 독일 쿤스트아카데미 뒤셀도르프에서 공부한 정씨는 단원 김홍도와 겸재 정선이 그린 산수 풍경을 답사하며 전통 산수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가다. 최근에는 전통 산수화에 대한 재해석을 넘어 풍경 안에서 시간과 시선에 대한 폭을 확장하고 있다.
정씨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기법이나 소재 측면에서는 한국화 같지만 개념미술을 적용한 서양화”라고 강조했다. “산수와 풍경을 왜 서양 회화로 그리느냐는 그런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도구, 기법, 재료가 중요한 것이 아니잖아요.”
단원과 겸재의 그림 중 일부를 확대해 그리는 그는 “한국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면 이 질문 자체가 없었겠지만, 차용을 하는 것인지 전통을 재해석하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출품작들은 경복궁과 청와대를 품고 있는 북악산을 바라보는 시점과 시간의 변화에 맞춰 드라마틱하게 묘사했다. 북악산의 특정 부분에 시선을 고정시켜 거리에 따라, 시간에 따라,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풍경이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 보여준 것이다. 18일 오후 2시에는 작가와의 대화시간이 마련된다. 전시는 6월2일까지. (02)2287-3591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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