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아내를 4년 동안 간병해온 80대 할아버지가 아내와 함께 승용차를 몰아 저수지로 뛰어드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부부의 날(21일)을 며칠 앞두고 빚어진 비극에 자식들은 할 말을 잃었다.
14일 청송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후 경북 청송군 부남면 중기리 국골저수지에 “승용차 한 대가 저수지에 빠져 있다”는 산불 감시요원 정모씨의 신고가 접수됐다. 20여분 만에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수심 3m의 저수지에 빠진 비스토 승용차 안에서 숨진 80대 노부부를 발견했다. 2시간여 만에 인양된 노부부 신원은 이 마을에 사는 이모씨(88)와 부인 채모씨(83)로 확인됐다.
이씨는 자살하기 전 자신의 방에 3형제인 자식들에게 A4용지 1장의 유서를 남겼다. 유서에서 ‘미안하다. 이제 다시 못 본다고 생각하니 섭섭하다. 너무 힘들다. 내가 죽고나면 (아내가) 요양원에 가야 하니까 내가 운전할 때 같이 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이씨는 막내아들 내외와 함께 살았지만 4년 전부터 주로 저녁에 찾아오는 할머니의 치매 증세를 견디기 힘들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채씨는 4년 전 건강검진에서 치매 진단을 받은 뒤 그동안 약물치료에 전념했지만 요양원에는 절대 가지 않겠다고 버텼다. 이 할아버지는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아내의 뒷바라지를 해왔으며 자신이 먼저 세상을 떠났을 경우를 항상 걱정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동네 사람들은 이 부부의 금실이 좋았다고 전했다.
경찰은 유족조사 결과 “할머니가 낮에 정신이 온전한 상태에서 할아버지의 자살 제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청송=김덕용 기자 kim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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