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석 기자의 '이 車 어떡하지?'
성형수술이 대세다. 사람도 차도 외관이 멋져야 눈길을 끈다. 차를 부분 변경해 내놓으면서 ‘페이스 리프트’라고 부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BMW그룹의 소형차 브랜드 미니(MINI)가 최근 내놓은 미니 ‘페이스맨’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차다. 하지만 내세울 게 얼굴밖에 없는 것일까. 막상 타보니 ‘얼굴값’ 한다는 생각은 갖기 힘들었다. 페이스맨의 페이스(pace)는 ‘달리기’라는 뜻이지만 얼굴(face)로 해석하는 게 더 어울려 보인다.
페이스맨은 쉽게 말하면 미니 컨트리맨의 쿠페 버전이다. ‘촌놈’을 성형수술시킨 차다. 일단 성형수술은 성공적이다. 앞부분은 오뚝한 코처럼 수직으로 서 있고, 눈에 해당하는 헤드라이트도 거대하다. 이마를 도톰하게 세운 듯 보닛의 곡선은 유려하고, 육각형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귀여운 개구쟁이의 입 모양 같다. 미니 측은 페이스맨의 섹시한 엉덩이를 ‘HOT ASS’라고 부른다. 미니 본사에서 처음부터 이런 개념으로 뒷면을 디자인했다. 문이 두 개인 쿠페 버전답게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지붕은 스포티한 차의 성격을 보여준다.
하지만 성형수술에 성공했다고 해도 사람 자체가 바뀌지는 않는 법. 이 차도 마찬가지다. 지나치게 예쁘게 만드느라 안 좋은 점도 생겨났다. 등골 라인(지붕)과 엉덩이에 신경을 쓰다 보니 뒷좌석이 답답하다. 작은 냉장고 안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다.
어찌 보면 뒷좌석이 협소한 건 쿠페의 숙명과도 같다. 쿠페를 사놓고 뒷좌석 좁다고 불평하는 건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차갑다고 불평하는 꼴이다. 페이스맨이 아쉬운 가장 큰 이유는 성능에 있다. 성능이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문이 네 개인 미니 컨트리맨과 큰 차이점을 못 느꼈다는 얘기다. 기자가 얼마 전 시승한 컨트리맨은 페이스맨과 같은 2.0ℓ 디젤 엔진을 탑재했다. 구동 방식도 페이스맨과 같은 ‘ALL4’, 4륜구동이다. 4륜구동 특유의 접지력과 도로를 박차고 나가는 경쾌한 느낌이 일품이었다. 페이스맨도 이와 같았다. 하지만 페이스맨이 컨트리맨을 뛰어넘은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컨트리맨과 페이스맨은 모두 기존 미니보다 덩치가 큰 미니계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기존 미니보다 넓은 공간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실용성을 고려한 모델이다. 컨트리맨은 문 네 개에 뒷좌석도 충분하다. 디자인은 물론 성능도 만족스럽다.
이에 비해 페이스맨은 공간이 좁고 성능은 컨트리맨과 다르지 않다. 여기에 페이스맨의 가격은 4250만~5460만원으로 컨트리맨보다 200만원 정도 비싸다. 성형수술 비용을 청구하지 않은 컨트리맨이 더 착하고 예뻐 보인다. ‘그래도 난 섹시 스타일’이라고 주장하며 페이스맨을 고집해도 말릴 생각은 없다. 예쁜 건 사실이니까.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 "최대다수 행복 위해 정부간섭은 필수"…주류경제학의 밑거름
▶ 찰리 채플린의 네 번째 장인은 동갑내기 극작가 유진 오닐
▶ 남산 자락에 총수들 집이 많은 이유는
▶ 광나는 세차 가이드…네가지만 챙기면…내 애마도 '광채 피부'
▶ 30년 봉제인형 만들던 공장, 디즈니식 창조경영 1년…"이젠 韓流대표 캐릭터 업체"
[한국경제 구독신청] [온라인 기사구매] [한국경제 모바일 서비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