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 불안 요소는
"엔저, 실물경제 부활엔 회의적"
아베노믹스는 ‘엔저(低)’에서 출발한다. 대규모 금융완화정책으로 엔화가치가 떨어지면 ‘기업실적 개선→임금인상→소비 활성화→디플레이션 탈출’의 선순환 고리가 형성될 것이라는 구상이다.
‘엔저’라는 1차 목표는 일단 달성됐다. 엔화가치가 앞으로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견해도 우세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최근 일본 내 금융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0%가 올해 엔·달러 환율 예상치를 ‘달러당 105~107엔’이라고 꼽았다.
문제는 이런 엔화가치 하락세가 실물경제의 부활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것. 외국언론의 시각은 대체로 회의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달러=100엔’은 일본 경제 문제 해결에 결코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며 “5년 전에도 엔화가치가 달러당 100엔대까지 떨어졌지만 그 당시 일본 기업의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에는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엔저로 인한 기업들의 수혜도 예전 같진 않다. 엔고(高)가 길어지면서 일본 대기업들이 생산기지를 대거 해외로 이전했고, 결제통화도 달러와 유로화 등으로 다변화했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들의 임금 인상 움직임도 더디다. 일본 재계 대표단체인 게이단렌(經團連)이 최근 발표한 올봄 노사 교섭결과 1차 집계분에 따르면 대기업의 기본급 인상분과 호봉 정기승급 등을 합친 임금 인상액은 평균 6203엔(약 7만2000원)에 불과했다. 임금 인상률은 전년 대비 1.91%로 작년(1.94%)보다 오히려 내려갔다.
엔저를 촉발한 금융완화정책이 ‘자산버블’을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마이니치신문은 “시중에 흘러넘치는 유동성이 기업투자로 연결되지 않고 주식 및 부동산 시장으로만 쏠릴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자산에 낀 거품은 언젠가는 터져 국가경제 전반에 큰 타격을 미치게 된다. 일본은 이미 1990년대 초 자산거품 붕괴의 두려움을 한 차례 경험했다. 엔저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과 무역수지 적자를 어느 정도까지 감내해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채권시장이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것도 불안 요인이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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