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기업인 생생토크 - 최영일 오로라월드 사장
美서 캐릭터 사업 눈떠
사장실 개방·즉석 토론…폐쇄된 기업문화 바꾸기
'유후와 친구들' 대박
YG와 캐릭터 사용 계약…싸이 인형 들고 세계 출격
2011년 9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오로라월드 본사 9층. 청색 재킷에 나비 넥타이를 맨 남자가 가뿐 숨을 몰아쉬며 들어왔다. 오로라월드 창업주인 노희열 회장으로부터 ‘회사를 캐릭터 콘텐츠업체로 바꿔달라’는 요청을 받자마자 홍콩에서 서울행 비행기를 탄 지 다섯 시간 만이었다.
하지만 그는 회사 사무실이 옛 동사무소처럼 회색빛인데다 직원들마저 하나같이 무표정인 것에 놀랐다. 캐릭터 콘텐츠업체로 변신을 꾀하는 회사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디즈니와는 너무 달라
“영어 공부를 3일 하고 나서 미국으로 유학을 가겠다는 철없는 초등학생 조카를 보는 듯했습니다.” 최영일 오로라월드 사장은 2년 전 회사에 처음 왔을 때 받은 느낌을 이같이 말했다. 고리타분한 봉제 완구를 만드는 기업으로 비춰졌다. 지난 30년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이나 제조업자개발생산(ODM)으로 인형을 만들어 해외 거래업체들에 공급하던 곳이 오로라월드였다. 수많은 봉제인형 제조기업들 중 끝까지 살아남았고, 2009년엔 한국형 히든챔피언으로까지 선정됐고, 전사적 자원관리(ERP)시스템을 도입하는 혁신경영을 이뤄냈지만, 창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캐릭터 콘텐츠기업으로 가기에는 ‘난감한 수준’이었다.
최 사장은 20년 가까이 캐릭터 개발과 라이선스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였다. “외국회사 파수꾼 노릇을 그만하고 우리 회사로 오라”는 노 회장 제안을 처음엔 거절했다. 대신 함께 일했던 캐릭터 콘텐츠 전문가를 소개해줬다. 하지만 노 회장은 노란색 염색 머리에 귀고리를 하고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나타난 전문가를 보자마자 손을 내저었다.
이 모습을 지켜본 최 사장은 ‘월트디즈니 같은 캐릭터 기업으로 성장하긴 멀었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기가 생겼다. 그는 “회사를 캐릭터 콘텐츠기업으로 완전히 뒤엎어보자는 생각이 갑자가 들었다”고 회고했다. ‘캐릭터 콘텐츠 사업을 크게 키우고 싶다’는 노 회장의 강렬한 바람도 마음을 바꾸게 된 계기였다.
○“사장이 뭐하는지 알아야"
최 사장은 회사를 맡자마자 직원들의 인사법부터 바꿨다. 직원들은 상사가 오면 군대에서처럼 다 일어나 인사를 하고 있었다. 서류 결재를 위해 사장실에 줄을 서 기다리는 것도 보기에 좋지 않았다.
그는 자리에 앉아서 인사하도록 했다. 사장실 문은 항상 열어두고 언제든지 결재하러 오라고 했다. 사장실 창문도 바꿨다. “창문 너머로 사장이 어떻게 일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디즈니식 경영법이었죠.”
콘텐츠 개발에서 개방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던 그였다. 최 사장은 필요하면 사원들을 직접 찾아갔다. “여기좀 모여 봐, 이 아이디어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화두를 던지며 책상에 걸터 앉아 사원들과 즉석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경영자와 사원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내가 관여하지 않아도 직원들이 나와 비슷한 판단을 하는 겁니다.”
○캐릭터 문외한에서 전문가로
최 사장은 캐릭터의 ‘캐’자도 모르던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대학을 나와 직장 생활을 하던 그의 인생을 바꾼 것은 6개월간의 미국 어학연수였다.
귀국 후 밤마다 어학원에서 토플에 매달린 끝에 미국 대학원 입학에 필요한 지멧(GMET)점수를 받았다. 그는 1983년 미국 이스트미시간대 국제경제학과에 입학해 경제학과 마케팅을 배웠다. 미국백화점조합에서 근무하며 캐릭터 사업분야에 처음 눈을 떴다. 그는 1992년 12월 월트디즈니 한국지사 사장직에 지원해 합격했다. 37세 나이에 직원 5명을 꾸려 월트디즈니코리아 초대 사장으로 일을 시작했다.
“캐릭터 사업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라 직원들과 무작정 디즈니랜드가 있는 일본 도쿄를 들락거리며 인형 샘플을 20ℓ 가방에 가득 가지고 왔어요. 직접 제품을 보여줘야 거래처 사장들이 믿거든요.” 회사는 그가 취임한 뒤 3년 반 만에 캐릭터 라이선스 판매로 2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최 사장은 2006년 미국의 거대 캐릭터 콘텐츠 기업 워너브러더스 한국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10억원 정도였던 라이선스 수입을 두 배인 20억원으로 불렸다.
○맥도날드에도 제품 공급
오로라월드도 최 사장이 경영을 맡은 지 1년 만에 캐릭터 콘텐츠 기업으로 바뀌고 있다. 애니메이션에서부터 캐릭터 상품디자인, 컴퓨터 및 모바일게임 제작까지 캐릭터가 들어가는 모든 분야에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2009년 자체 개발한 캐릭터 ‘유후와 친구들’ TV애니메이션도 시즌1에서 끝내지 않고 시리즈로 이어가기로 했다. 다음달 중순께 시즌2를 내놓기 위해 52편의 절반인 26편을 이미 만들어 놓았다.
오로라월드는 유럽 40개국에 6000개 매장을 갖춘 맥도날드의 어린이 대표메뉴 해피밀세트 프로모션에 지난 1월 참여, 3개월 동안 ‘유후와 친구들’ 인형을 공급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인형들이 싸이 못지 않은 열풍을 만들어내자 유럽 맥도날드는 5개의 새 캐릭터를 더 만들어달라고 오로라월드에 제안했다. ‘유후와 친구들’은 유럽 최대 완구백화점인 영국 햄리스백화점 외부 진열대 전체를 장식할 정도로 유럽의 히트 캐릭터가 됐다.
이 여세를 몰아 오로라월드는 지난 4월 싸이, 빅뱅, 투애니원의 저작권을 갖고 있는 YG엔터테인먼트와 전 세계 상품화 에이전트 계약도 맺었다. YG엔터테인먼트 콘텐츠와 오로라월드의 캐릭터 디자인 제작 및 판매 능력을 결합키로 한 것이다.
출시를 앞둔 싸이 캐릭터 인형을 꺼내든 최 사장은 “시장에서는 오로라월드를 봉제완구기업이 아닌 캐릭터 상품 기획 기업으로 이미 알고 있다”며 “K팝의 세계적 열풍을 상품화 사업으로 발전시키는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15년까지 로열티 수익으로만 전체 매출의 절반을 올리는 한국의 대표 캐릭터 콘텐츠 기업이 되겠다”고 자신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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