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실업률과 고용률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sejinmin@dongguk.edu >
‘일자리 창출’이 국가적 관심사인 가운데 청년 실업에 대한 우려가 높다. 하지만 정작 2012년 우리나라 실업률은 3.3%, 20대 실업률은 7.5% 수준으로 그다지 높지 않은 수치들을 보이고 있다. 물론 실업 여부만큼 ‘고용의 질’도 중요하기 때문에 실업률만으로 나라의 고용 상황을 파악할 수는 없지만, 실업률 통계가 많은 사람들의 ‘느낌’과 또 다른 이유는 지표 자체에 다소 복잡한 배경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실업률은 몇 단계를 거쳐 계산된다. 먼저 생산가능인구의 규모가 파악돼야 한다. 생산가능인구는 만15~64세 인구 중에서 군인 등과 재소자를 제외한 인구다. 생산가능인구는 경제활동인구와 비경제활동인구로 나뉜다. 경제활동인구는 생산가능인구 중 노동을 제공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고, 경제활동인구가 생산가능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경제활동참가율이라 한다. 경제활동인구는 다시 취업자와 실업자로 나뉜다.
취업자는 통계청 조사 주간에 한 시간이라도 일을 해서 돈을 번 사람이고, 실업자는 구직활동을 하고 있으나 조사 주간에 수입이 발생하는 일에 전혀 종사하지 못한 사람이다. 실업률은 실업자가 경제활동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실업률을 계산하는 바탕이 생산가능인구가 아니고 경제활동인구이기 때문에 실업률은 실업자와 취업자 수의 변화뿐만 아니라 경제활동참가율 변화로도 달라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실제 어느 정도의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는지 나타내기 위해 ‘고용률’을 보완적으로 사용한다. 고용률은 생산가능인구 전체 중 취업자의 비중이다.
만약 경제활동참가율에 변화가 없는데 실업자 수가 줄어든다면(취업자 수가 증가한다면) 실업률은 떨어지고 고용률은 올라갈 것이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남자의 경우 실업률과 고용률이 같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고용률이 감소한 것은 전체 생산가능인구 중 취업자 수가 감소한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이 상승하지 않은 것은 감소한 취업자 수보다 더 많은 실업자들이 구직활동을 포기하고 비경제활동인구로 옮겨간 ‘실망실업자’가 됐기 때문이다.
2012년 우리나라 15세 이상 인구의 고용률은 남자 70.8%, 여자 48.4%로 전체적으로는 59.4%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고용률은 55.1%로 우리나라는 34개국 중 8위로 양호한 편이다.
그러나 청년(15~24세) 고용률은 24.2%로 밑에서 8위(OECD 평균 39.2%), 여성 핵심연령(25~54세) 고용률은 61.2%로 밑에서 6위(OECD 평균 66.2%)인 것을 보면 고용률 개선의 여지는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에서는 ‘고용률 70%’를 목표로 한다고 한다. 5년 안에 10%포인트 이상 올리는 것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실망실업자를 감안해 실업률 대신 고용률을 목표로 한 것은 적절한 것 같다. 다만 정부가 목표 달성에 급급해 1주일에 간신히 몇 시간 일하는 통계상 취업자를 양산할 유혹에 시달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sejinmin@dongguk.ed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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