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부부 재테크
중견기업에서 35년을 근속한 A씨(63)는 지난 연말 은퇴하고 ‘인생 2막’을 준비 중에 있다. 새로운 삶을 꿈꾸면서 은퇴 생활을 준비하고 있지만 반년째 시간만 보내고 있다. 처음에는 남들 다하는 음식점이라도 차려볼까 했지만 사업에 실패하고 빚만 떠안은 친구들을 보면 엄두가 나지 않는다.
A씨도 은퇴 초기에는 국민연금과 퇴직금으로 노후 생활을 꾸려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동안 성실하게 납부해 온 국민연금과 함께 1억500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퇴직금을 은행에 넣어두고 이자를 받으면 생활비 정도는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매달 입금되는 국민연금에 연 3% 정기예금 이자를 더해도 100여만원도 되지 않았다. 은행 금리는 추세적으로 더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더 많아 추가 수익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공적연금과 은행 이자만으로 은퇴 이후 실질적인 생활이 힘들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저금리, 고령화 시대에 A씨와 비슷한 고민을 토로하는 은퇴자들이 적지 않다. 턱없이 모자라는 생활비 부담을 피부로 느끼면서 은퇴 후 두려움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
○인컴펀드가 인기 끄는 이유
전문가들은 ‘은퇴자산 관리’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은퇴자산은 노후 생계 유지의 핵심 수단이다. 단순히 금융상품에 가입하고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경제와 투자 환경의 변화에 맞춰 끊임없이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저성장과 저금리의 영향으로 미국 일본 등 선진국과 같이 은퇴자산을 지키고 안정적으로 꾸준한 수익을 얻는 자산 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예금과 적금 중심의 은행상품을 넘어 펀드 채권 구조화상품 등 다양한 종류의 금융상품을 활용해 ‘시중금리+알파’의 수익을 내면서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은퇴자산 관리 상품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상품은 주식과 채권을 한 바구니에 담는 혼합형 펀드다. 이는 변동성 장세에서 균형 잡힌 투자 포트폴리오로 주식형 펀드보다 안정적이고, 채권형 펀드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특히 ‘인컴펀드’는 가장 많이 알려진 대표적 혼합형 펀드 상품이다. 인컴펀드의 주요 투자 대상은 현금 흐름이 좋고 일반 주식보다 낮은 변동성을 가지는 자산이다. 자산가격 상승에 따른 자본이득보다 채권의 이자와 주식의 배당 수익을 노린다. 지속적인 현금 흐름이 발생하는 기초자산인 채권, 고배당주, 부동산 리츠(REITs)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인컴펀드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불확실한 투자 환경에서 대안으로 삼을 만한 투자상품이다. 글로벌 경제 상황의 잠재적 위기와 변동성에 대비한 대안상품으로도 주목받는다.
○다양한 ‘월지급식 상품’ 관심
인컴펀드와 함께 많은 관심을 받는 ‘중위험중수익’ 상품 가운데 하나가 월지급식 상품이다. 회사채, 국공채 등 채권으로 운용되는 상품부터 주식형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상품까지 다양한 종류의 월지급식 상품은 목돈을 넣어두면 연금처럼 매달 일정액을 받을 수 있다. 만기 또는 매월 투자수익까지 기대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지수형 ELS 또는 금 은 원유 등 원자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 상품 중에서 월지급식 상품은 투자자들에게 친숙한 기존 스텝다운 조기상환형 구조를 유지하면서 매월 수익을 지급한다.
이자수익이 매달 발생하기 때문에 만기에 원금 손실이 나더라도 어느 정도 상쇄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매달 받은 이자 수익의 합이 만기까지 30% 정도라고 하자. 이 경우 만기에 25% 손실이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결국 합산하면 5% 수익을 얻은 셈이다.
투자자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일 때 수익 실현시점을 분산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3년 만기가 왔을 때 30~40%의 수익이 한꺼번에 발생하면 그만큼 세금 부담이 가중된다. 이를 월별로 나눠 받으면 세금 부담을 낮출 수 있다.
‘월지급식 브라질 국채’는 투자자들에게 비과세 안정형 자산관리상품으로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 브라질 국채는 연 10%의 높은 표면금리에 이자소득, 채권 평가차익, 환차익에 대해 과세하지 않는다.
○주택연금 가입제한 완화
금융자산뿐 아니라 보유 중인 부동산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볼 수 있다. 대표적인 부동자산 활용 방안이 ‘주택연금’이다. 주택연금은 금융기관에 자신이 살고 있는 주택을 담보로 제공한 뒤 매달 고정적인 생활자금을 연금식으로 받는 장기주택저당대출로 ‘역모기지론’이라고도 한다.
현재 주택연금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본인과 배우자 모두 만 60세 이상 1가구 1주택자여야 한다. 소유주택은 시가 9억원 이하 주택 및 지방자치단체에 신고된 노인복지주택으로 제한된다. 그러나 6월부터는 주택연금 사전가입제가 도입돼 연금 가입대상 연령이 만 50세로 낮춰진다. 다만 대상은 6억원 이하, 1가구 1주택, 실거주로 한정했다. 일시금 인출한도도 현행 50%에서 100%까지 늘어난다. 100%를 일시금으로 받으면 따로 연금을 지급받을 수 없지만, 50%만 받으면 나머지 부분은 이후 매달 연금 방식으로 받을 수 있다. 주택연금 사전가입제는 일단 1년 동안 한시적으로 시행된 뒤 연장 방안이 추진될 전망이다.
박상준 미래에셋증권 은퇴자산추진팀장 marci.park@miraeass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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