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추진에 구의 지역주민 "조망·일조권 침해된다" 반대
유수지 위에 첫 대학생 공공기숙사를 건설하려는 서울시가 조망권 및 일조권 피해를 우려하는 인근 아파트 주민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이에따라 올해 1만가구의 임대주택 공급 계획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광진구 구의동 626의 1 일원 구의유수지에 700실 규모의 대학생 기숙사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유수지는 비가 많이 내릴 때 일시적으로 빗물을 모았다가 하천으로 방류해 홍수를 방지하는 시설이다.
시는 빗물펌프장을 포함해 약 9000㎡ 크기의 구의유수지를 첫 시범지역으로 선정,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주거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지하에는 오염저감시설을, 지상에는 필로티 구조로 18~20층 높이의 기숙사 건물을 세우기 위해 설계작업도 마친 상태다.
문제는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자양동 한양아파트 444가구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 현재 수변공원으로 활용되고 있는 구의유수지는 한양아파트 정문 건너편에 자리잡고 있다.
정삼용 한양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은 “가뜩이나 아파트 단지 남쪽 강변북로 고가차도 때문에 조망권 침해와 소음에 시달렸는데 이젠 옆에 기숙사를 짓겠다니 가구당 재건축 손실액이 2억원 이상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시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면서까지 지방 대학생을 위한 기숙사를 짓는 게 말이 되느냐”며 “서울시는 계획을 철회하고 주변 단지들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한양아파트 부지를 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근 주민설명회를 연 서울시는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시 임대주택과 관계자는 “기숙사가 아파트 단지의 남쪽이 아니라 동쪽에 들어서는 만큼 조망권 영향이 크지 않다고 봤는데 주민들의 요구가 무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가 시유지를 활용해 건설하는 공공주택은 곳곳에서 비슷한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 가양동의 협동조합형 임대주택이나 신정동의 공공원룸주택 사업지 등이 대표적이다. 이건기 시 주택정책실장은 “시민들이 공공성 차원에서 다양한 임대주택 건설에는 동의하지만 막상 ‘내 뒷마당은 안 된다’고 반발하는 경우가 많아 어려움이 적지 않다”고 호소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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