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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재정위기 3년] 기업부도 늘어 세수감소 '악순환'…제조업 강국 佛·伊마저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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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제'심장'제조업이 무너진다

0%대 성장은 양적완화'착시'
공장가동률 1분기 76.5% 그쳐…2010년 위기 고조 때보다 낮아

돈풀고 구조조정은 지지부진
실업 무서운 정부, 기업 좀비화…실업수당 주느라 재정마저 거덜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30여분 거리에 있는 투스카니에 자리한 도자기 회사 리처드 지노리. 1735년 카를로 지노리 후작이 세운 이탈리아 최초의 도자기 회사다. 2인용 도자기 세트가 한국에서 80만원대에 팔릴 정도의 럭셔리 브랜드다. 하지만 300년 역사의 리처드 지노리 투스카니 공장은 최근 문을 닫은 상태다. 지난 1월 파산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300여명의 근로자들은 고용 보장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재정위기 3년을 맞은 유럽 제조업의 현실이다.

2010년 4월23일 그리스가 구제금융을 신청할 때만 해도 유럽 재정위기는 일부 국가의 과잉 부채로 인한 유동성 문제가 핵심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유럽이 안고 있던 구조적 모순들이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했다. 2012년 스페인 3위 은행 방키아의 부도를 시작으로 금융권으로 옮겨붙은 위기는 최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주요국 제조업의 연쇄 부도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경제의 ‘심장’인 제조업이 무너지면서 유럽 위기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무너지는 제조업

2010년 이후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0% 전후를 기록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제자리걸음’을 한 것처럼 보인다. 실상은 다르다. 0%대 성장은 양적완화에 따른 착시라는 분석이 많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실물경제는 나빠지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해 266개의 대형 공장이 문을 닫았다. 전년 대비 42% 늘어난 것이다. 2만4000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탈리아에서는 올 1분기에만 4218개 기업이 파산했다. 기업의 구매력은 1990년대 수준으로 추락했다. 유로존 2, 3위 경제대국의 제조업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제조업 위기는 수치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유로존 통계청인 유로스태트에 따르면 유로존의 공장 가동률은 지난 1분기 76.5%로, 그리스 구제금융 이후 시장에 위기감이 팽배했던 2010년 3분기(77.9%)보다도 낮아졌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주요국의 공장 가동률은 2011년 3분기를 정점으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경기 전망을 보여주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2011년 8월 이후 1년7개월 연속으로 50 이하(50 이하는 경기 수축 전망)에 머물고 있다. 특히 프랑스의 지난달 PMI는 41.9로 4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개혁은 지지부진…돈맥경화 심화

재정위기 이후 유럽 각국은 입을 모아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기치로 내걸었다. 과감한 구조조정과 노동 유연성 강화, 친기업 환경 만들기가 핵심이다.

하지만 현실은 달라진 게 별로 없다. 독일 리스크 관리회사 크레디트리폼에 따르면 2012년 말 현재 그리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회사 중 3분의 1이 수익을 내지 못한 채 기업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실업이 무서운 정부가 보조금을 투입해 ‘좀비 기업’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를 위한 투자도 부진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의 수출 중 첨단기술 비중은 20% 내외다. 미국(56.3%) 일본(49%) 등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유로존의 산업구조는 신흥국들이 부상하면 작은 충격에도 바로 무너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 기업에 돈 빌려주기를 꺼리고 있다. ECB에 따르면 지난 2월 유로존의 M1(협의 통화)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7%였지만, M3(총 통화량) 증가율은 3.1%에 그쳤다. 중앙은행은 돈을 7% 더 풀었지만, 시장에는 3%밖에 전달되지 않은 것이다.

○기업 부진→경제 불황 악순환

유럽 국가들은 기업이 문을 닫으면 다른 나라들보다 두 배의 어려움을 겪는다. 기업의 세금이 줄어들 뿐 아니라, 실업수당이 워낙 높아 정부 지출도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유로존이 매년 실업수당으로 쓰는 돈은 GDP의 2%가 넘는다.

기업들이 문을 닫고 국가 재정이 악화되면서 실물경제는 급격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중산층의 경제상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인 신차 등록대수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모두 지난해에 전년 대비 30% 이상 줄었다. 앞으로 전망도 어둡다. 제조업 경기 선행지표인 유로존 기업들의 내구재 주문은 2010년 재정위기 발발 당시를 100으로 봤을 때 지난 2월 93.58에 그쳤다.

김 연구위원은 “고용과 세입의 핵심인 기업으로 위기가 옮겨붙으면서 유로존이 경쟁력을 회복하는 데 최소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윤선/노경목/박병종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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