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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경제계의 싸이, 자동차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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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170만·세수 38조 '효자산업'
일감몰아주기 등 '못된기업' 취급
맞으면서 투자 나설 기업은 없어

유지수 < 국민대 총장 jisoo@koomin.ac.kr >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중화학공업 정책의 큰 그림을 그리고 실행했던 오원철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일전에 자동차 산업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해 역설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에 따르면 국가 경제는 전략 산업이 견인한다. 선진국에서는 자동차 산업이 기술혁신과 고용창출을 주도하고 있다. 일본인들은 소니는 망할 수 있어도 도요타는 망하게 놔둘 수 없다고 할 정도다. 미국도 금융위기 때 자동차 산업의 붕괴를 막기 위해 엄청난 규모의 정책자금을 쏟아 부었다. 독일은 외국계 기업이 벤츠나 폭스바겐 같은 자국 자동차 회사를 인수할 수 없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

이제 한국의 자동차 산업도 선진대열에 올라섰다.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강국이 된 것이다. 직간접 고용을 합한 일자리는 170만개를 헤아리며, 관련 세수는 연 38조원(2011년)에 달해 국가 세수의 16%를 담당한다. 반값 등록금에 소용되는 예산이 연간 7조원이라면 자동차 산업의 세수만으로도 5년을 댈 수 있다. 고용창출과 세수를 따진다면 자동차 산업만한 효자도 없다. 전형적인 동반성장의 성공사례이기도 하다. 지난 6년간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매출은 2.6배, 수출은 11배 늘었다. 현대·기아자동차의 비계열 부품업체 중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이 10년 새 2.9배 많은 133개사로 증가했다. 해외에 공장을 둔 부품업체도 590개사나 된다.

한국처럼 자동차 산업이 단시일 내 성공한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들다. 연예계에 싸이가 있다면 경제계에는 자동차 산업이 있는 셈이다. 창조경제의 핵심인 기술융합과 기술혁신 사례도 자동차 산업에서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자동차가 단순한 교통수단으로 평가되는 시대는 지났다.

소비자는 좀 더 흥미롭고 기발한 것을 원한다. 이제는 자동차 문을 열 때 나는 ‘찰깍’하는 소리까지 연구한다. 차내 조명도 연구대상이다. 어떤 소리와 빛, 색깔을 내야 자동차의 브랜드 이미지와 어울리는가를 살핀다. 음향·색·조명 전문가, 브랜드 마케팅 전문가의 지식이 융합돼 창조적 자동차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또 스마트카와 그린카로 기술이 진화하고 있어 신소재, 기계, 전자, 정보기술(IT), 소프트웨어의 융합이 경쟁력을 판가름한다. 한국의 창조경제 미래가 자동차 산업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걱정스러운 부분은 국가 정책이다. 정부와 국회는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계열사와의 거래를 일감 몰아주기로 규제하려 하고 있다. 공정위가 일감 몰아주기를 적발해 과징금을 부과한 적은 있다. 이제는 일감 몰아주기가 부당하지 않다는 사실을 해당 기업이 입증해야 한다. 자동차 산업 입장에서 보면 경제발전에 기여한 데 대한 보상은커녕 단지 기업이 커졌다는 사실에 벌을 내리는 것과 다름없다. 만일 논의되고 있는 법안이 통과되면 수십년간 쌓은 공든 탑을 우리 스스로 부수는 꼴이 된다.

자동차 산업과 같이 성장하는 산업 부문에서 투자를 더 해야 경제가 살아난다. 자동차 산업은 산업구조의 저변이 넓고 깊어서 투자의 파급효과가 크다. 기업투자는 국가의 정책과 정비례한다. 그 옛날 오 전 수석이 산업전략의 밑그림을 그리면 기업은 위험부담을 떠안으면서까지 투자에 나섰다. 박 전 대통령의 비전→오 전 수석의 전략수립→기업의 협력이라는 3박자가 우리나라 경제와 과학기술의 초석을 다진 것이다. 지금은 이런 3박자 행보가 보이지 않는다. 기업 때리기를 하면서 투자를 하라는 엇박자 속에서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투자할 기업은 없다.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막상 국내에서는 일감 몰아주기나 하는 못된 기업 취급을 받고 있다.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최근 내놓은 한국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에는 고부가가치 산업이 너무 적다고 지적한다. 자동차 산업과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을 키워야 경제성장이 가능하다. 우리는 과거처럼 기업가 정신은 북돋우며 기업을 키우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지 자문해 보아야 한다. 친기업 정책으로 투자를 촉진하고, 투자증대가 고용창출로 이어져야 비로소 진정한 창조경제가 실현된다는 것을 경험이 말해주고 있다.

유지수 < 국민대 총장 jisoo@koomin.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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