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Joy - 주말 골퍼의 선택
'트렁크 짱' 제네시스·쏘나타…4명 골프가방 쏙 들어가
수입차는 가격·용량 대비 트렁크 효율성 떨어져…문화 차이 반영 된 탓
주말 골퍼인 회사원 오비씨. 골프 3년차인데도 여전히 ‘100돌이’ 신세를 못 벗은 초보 오비씨가 모처럼 필드에 나가게 됐습니다. 벚꽃이 만개한 화창한 봄날을 맞아 오랜만에 초등학교 동창들과 ‘회합’(?)을 갖기로 했답니다. 언젠간 뼛속 깊숙이 내재돼 있는 천재성이 만개할 것이란 근거 없는(?) 기대감에 벌써 2주째 연습장에 출근 도장을 찍고 있는 오비씨. 꽁꽁 숨겨둔 비자금으로 아내 몰래 드라이버도 새로 장만했다네요. 회합을 이틀 앞두고 오비씨와 친구들이 만났습니다.
△오비씨 : “다들 모였군, 난 너무 설레 요새 잠을 설쳐~히히.”
△최양파 : “마음만은 타이거 우즈 또 납셨네~.”
△김지진 : “그런데 차는 어떻게 하지? 기름값도 비싼데 한 차로 가는 게 낫지 않을까?”
△오비씨 : “당연히 그래야지. 끝나고 맥주 한잔 해야 하는데 차를 가져갈 순 없지.”
△박고수 : “음~ 역시 초보들이군. 차 한 대에 골프백 4개를 다 실을 수 있을까?”
△오비씨 : “헉 그렇군. 보스턴백도 실어야 하는데… 어쩌지?”
△최양파 : “트렁크에 안 들어가면 뒷자석에 놓으면 되지.”
△박고수 : “그럼 넌 지붕에 올라타서 갈래?”
△오비씨 : “아 모르겠다. 어쩌지?”
오비씨와 친구들을 위해 카앤조이가 나섰습니다. 주말 골퍼들 상당수는 차 한 대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름값도 비싸거니와 아내들 눈치 보느라 몰래 다녀오는 분들도 있죠. 친구 4명이서 한 차로 골프장에 가고 싶은데 골프백과 보스턴백을 한꺼번에 실을 수 있는지가 고민이겠죠.
국산차와 수입차 5종을 놓고 실험을 해봤습니다. 실험명은 ‘누구 엉덩이가 제일 클까’. 수입차는 차급 대신 가격을 비교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골프백 많이 넣자고 비싼 차를 사지는 않을 샐러리맨들이니까요. 국산차는 △현대차 제네시스(4338만원) △쏘나타(2210만~2785만원), 수입차는 △아우디 A6(4810만원) △BMW 320d(4338만원)의 트렁크에 직접 골프백·보스턴백을 넣어봤답니다. 가격은 9330만원으로 좀 비싸지만 인기차종인 BMW 535i도 비교 대상에 넣었습니다.
먼저 제네시스입니다. 트렁크 용량은 450ℓ죠. 드라이버·아이언 풀세트를 넣은 골프백 네 개, 보스턴백 네 개를 실었더니 큰 무리없이 쏘~옥 들어갑니다. 쏘나타도 골프백 네 개와 보스턴백 네 개를 모두 넣을 수 있습니다. 463ℓ의 큰 트렁크 용량 덕분이죠. 다음으로 아우디 A6. 트렁크 용량이 382ℓ인 중형차입니다. 일단 보스턴백 네 개를 트렁크 맨 안쪽에 차곡차곡 넣는 것까지는 무난하네요. 그런데 골프백이 문제입니다. 한 개를 넣고 두 개째를 넣는데 골프백이 약간 구겨집니다. 드라이버가 약간 휠 것 같지만 무리해 넣을 수는 있었습니다. 세 개째는 포기했답니다.
수입차 베스트셀링카 5위 안에 드는 BMW 320d는 어떨까요. 트렁크 용량은 335ℓ로 작은 편입니다. 역시나 보스턴백 세 개를 넣은 뒤 골프백 두 개를 넣고 나니 트렁크가 꽉 찹니다. BMW 535i는 9000만원이란 가격 대비 트렁크 효용성이 떨어지는 편이죠. 트렁크 용량은 381ℓ로 아우디 A6와 비슷한데 골프백 세 개, 보스턴백 두 개밖에 못 실었습니다.
자동차업계는 국산차와 수입차의 골프백 적재량 차이를 트렁크 용량과는 별개로 디자인에서 찾습니다. 현대차 관계자는 “동반자 4명이 한 차에 타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골프장으로 가는 게 한국 특유의 골프문화”라며 “이런 특성을 감안해 중형차 이상급은 골프백 네 개, 보스턴백 네 개를 실을 수 있게 디자인한다”고 설명합니다. 차체 후면부를 디자인할 때 사각(사용 못하는 공간)을 최대한 줄여 활용도를 최적화했다는 얘기입니다. 반면 수입차는 해외에서 들여와 판매하기 때문에 한국의 골프문화를 반영하기 힘들다는 것이죠.
그럼 마지막으로 폭스바겐 골프를 살펴볼까요. 이름만 보면 골프를 위해 태어난 것 같은 이 차엔 몇 개의 골프백이 들어갈까요. 결론적으로 두 개 정도는 실을 수 있습니다. 다만 차체 폭이 좁아 비스듬히 세워야 한답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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