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반도체 수요 대응
장비 등 13조 투자…내년 3분기 공사 완료
< 17라인 : 비메모리반도체 라인 >
경부고속도로를 타다 기흥IC에서 화성시 반월동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쪽으로 나가자 거대한 공사판이 펼쳐진다. 17일 화성사업장 반도체 15, 16라인 옆 56만㎡(약 17만평) 크기의 빈 땅엔 수백여명의 근로자가 크레인 3기를 세우고 트럭에서 자재를 내리는 등 공사 준비가 한창이다.
그 옆으로 ‘기흥IC에서 화성사업장으로 들어가는 삼성전자로가 다음주 22일부터 공사 관계로 폐쇄되니 우회하라’는 커다란 안내판이 서 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17라인 공사를 다음주 본격 재개한다. 삼성이 17번째로 짓는 반도체 생산라인으로 향후 2~3년간 13조원을 투입할 세계 최대 크기의 라인이다. 작년 10월 초 공사를 중단한 지 6개월여 만이다.
○애플 이탈 조짐에 중단
삼성전자는 작년 6월7일 화성사업장에 시스템 반도체 생산라인(17라인)을 짓는 데 2조2500억원을 투자한다고 공시했다. 이 금액은 골조·클린룸 공사 비용으로, 장비 설치까지 포함하면 약 13조원을 투입한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이 공장은 14나노, 20나노 등 최첨단 공정을 갖추고 올해 말 완공될 예정이었다. 메모리에 이어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선제적 투자를 통해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우남성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은 당시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급격한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새 라인을 짓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는 자사의 갤럭시 시리즈와 애플 아이폰에 들어가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독점 생산하며 급성장하고 있었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2010년 52억달러 수준이었던 삼성의 시스템 반도체 매출은 작년 104억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공사는 지난해 10월 초 갑작스럽게 중단됐다. 최대 고객인 애플이 이탈 움직임을 보인 탓이다. 애플은 특허분쟁이 심화되자 아이폰5에서 삼성 메모리를 뺀 데 이어 대만 TSMC에 모바일AP를 주문,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미 텍사스 오스틴의 메모리 생산 라인까지 시스템 반도체 라인으로 바꾸던 삼성전자는 17라인 공사 중단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이건희 귀국 이틀 뒤 공사 시작
17라인 공사 준비는 지난 8일 시작됐다. 공사장의 한 근로자는 “지난주부터 일하고 있다. 내년 3분기까지 공사를 마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이 공사 재개를 택한 것은 시스템 반도체와 스마트폰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 미래전략실 고위 관계자는 “향후 2~3년간 스마트폰 판매 대수가 작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베트남 휴대폰 공장을 확대하고, 시스템 반도체 라인을 확충하는 것은 그런 예상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판매가 늘어난다고 보고 스마트폰의 두뇌를 만들 17라인 공사를 재개했다는 얘기다. 시스템LSI사업부는 14나노 등 앞선 기술력을 확보해 애플의 공백을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로 메우고 애플과도 관계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해외 출장에서 돌아온 지 이틀 뒤인 8일 공사 준비가 시작됐다는 점도 주목된다. 올초 “투자를 되도록 늘리겠다”고 했던 이 회장은 지난 16일 올해 첫 출근해 반도체 사장단과 오찬회의를 하며 투자 현황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다음달 초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길에 동행한다. 15일 박 대통령이 “대기업이 현금을 쌓아놓고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한 점을 감안, 투자 시점을 조정했을 가능성도 있다. 삼성은 올해 작년 투자집행액 44조원보다 10%가량 많은 49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화성=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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