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 5.3 저평가 매력에
2년만에 우선株 매집
전문가 "푸대접 과해"
‘가치투자 전도사’로 통하는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이 자동차주(株)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2011년 이후 ‘비싸다’며 쳐다보지도 않던 종목을 우선주 중심으로 사들이고 있다. 성장 가능성 같은 불확실한 미래의 일은 제쳐 두고 주가만 봤을 때 일단 싸졌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다.
◆PER 5.3배, PBR 1배
오로지 싼 주식만 찾는 가치주 펀드매니저까지 현대차를 저평가 종목으로 분류할 정도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예상실적 기준 현대차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우선주를 포함, 5.3배 정도다. 향후 5년간 똑같은 규모의 이익을 쌓으면 그 돈으로 회사 전체를 살 수 있는 주가 수준이라는 뜻이다.
미국 GM, 일본 도요타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의 경우 이 기간이 대략 9년(PER 9.2배) 정도다. 현대차 주식이 이들 글로벌 기업 대비 40% 넘게 할인 거래되고 있다는 얘기다. 현대차가 상장된 유가증권시장의 평균 PER 8.5배와 비교해도 30% 이상 싼 가격대다.
장부상 자산가치를 주가와 비교한 주가순자산비율(PBR)로 따져도 현대차는 가치주에 속한다. 청산가치 수준인 PBR 1배를 기준으로 그 이하를 가치주로 분류한다. 현대차의 PBR은 1배 수준까지 내려왔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일단 현대차 우선주부터 매입하고 있다. 7만원대인 우선주의 올해 배당금이 2000원이어서 은행 이자 이상을 받을 수 있다고 봤다. 지난 2월 초 기준 약 180억원어치를 펀드에 편입해 놓고 있다.
◆“성장 정체기는 과도한 우려”
현대차 주식이 이처럼 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것은 벌어들이는 이익은 큰 변화가 없는데 주가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현대차 주가는 이달 들어서만 약 14% 떨어졌다. 지난 5일에는 심리적 저항선인 20만원까지 깨졌다. 16일에는 장중 19만원을 기록해 52주 신저가까지 기록했다.
엔화 약세 등 현대차에 불리한 환율 여건, 대량 리콜 사태, 정체된 외형 성장 등 악재가 한데 겹친 때문이다. 외국인은 현대차 주식을 이달 들어서만 5500억원가량 팔아 치웠다. 반면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 업체 주식에는 연일 ‘러브콜’(매입)을 보내는 중이다.
여기에 올 1분기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온다. 현대차의 1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1조9000억원 안팎. 신한금융투자 등 일부 증권사는 1조7000억원 내외를 거둔 것으로 추정했다.
이 같은 부정적 요인에도 불구, 현대차에 대한 ‘푸대접’은 지나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마주옥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재무제표만 놓고 보면 투자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로 현대차는 우량하고 주가 또한 굉장히 싸다”며 “그동안 빠른 성장을 거듭해온 탓에 갑작스레 쏟아진 악재의 충격파가 더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안세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지난해 파업과 연비 과장 논란 등에도 불구, 10%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해 이익 안정성 면에서 경쟁사 대비 두각을 나타냈다”며 “올 1분기에는 이익률이 9% 수준으로 바닥을 찍고 2~4분기에는 개선되는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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