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금융위원장, 국회 정무위서 거론
정책금융 재편안 6월 마무리
신보·기보 통폐합 가능성
미등록 대부업 이용자도 행복기금 혜택 줄 방침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16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를 재통합하는 방안을 거론하면서 정책금융기관 재편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미 정책금융기관 재편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관련 용역 결과도 6월말까지 나올 예정이다. 우리금융지주는 KB금융지주와 합병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산은+정책금융공사 어떻게?
신 위원장은 이날 “정책금융 조정과 협의 기능을 강화해 기능 중복 문제를 해소할 것”이라고 했다.
그의 발언을 종합하면 정부는 완전히 새로운 정책금융기관을 만들거나 기존 기관의 판을 대폭 흔들기보다는 중복된 기능을 한곳에 몰아주는 식으로 각 기관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를 합치는 것도 이런 차원에서 검토되고 있다. 정부 내에서는 양 기관을 합친 뒤 대우증권 KDB캐피탈 등 민영화를 전제로 갖고 있던 산은금융지주의 금융자회사들을 시장에 내다 파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정책금융공사가 갖고 있던 수출기업 지원 기능 등은 수출입은행으로 옮겨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선박금융공사에 대해 신 위원장이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기능 중복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도 변화가 예상된다. 두 기관을 합병하거나 다른 정책금융기관에서 흡수통합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KB금융, 우리금융 떠안나
우리금융 민영화와 관련해 신 위원장이 ‘메가뱅크 방식’을 거론한 것은 KB금융지주와의 합병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추진했다 실패한 방법이다. 당시 정부는 대형 금융지주사가 나타나면 국내 금융사들의 투자은행(IB) 기능이나 해외 경쟁력 등이 강화되리라는 기대를 가졌다.
이 때문에 금융위원회는 KB금융이 우리금융을 합병할 경우 소멸되는 우리금융 주주들에게 신주 대신 현금이나 채권을 지급할 수 있도록(교부금합병) 상법을 개정하는 등 둘 간의 ‘결혼’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KB금융은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고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로 방향을 틀었다. 금융권에서는 지난 정부에서 세 번이나 무산됐던 ‘우리금융 민영화’라는 난제를 신 위원장이 제대로 풀어낼 수 있을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행복기금 혜택 확대
신 위원장은 국민행복기금과 협약을 맺지 않은 미등록 대부업체에 빚이 있는 다중채무자도 행복기금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신 위원장은 “협약을 맺은 4000여개 업체를 제외한 대부업체에 빚이 있는 다중채무자의 경우 미등록 대부업체에 협조를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등기 임원만으로도 충분히 효과가 있기 때문에 미등기 임원의 개별 연봉에는 반대한다는 입장도 내놨다. 그는 “보험사들이 기부금을 과징금 처리하고 경영자 과실 과징금을 영업외 비용으로 처리하는 관행을 바꾸겠다”는 의지도 나타냈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이날 일감 몰아주기 등 대기업 금융회사의 계열사 부당 지원과 지배주주의 불법적인 이익 추구 행위를 집중 단속하는 것을 골자로 한 올해 업무계획을 국회에 보고했다.
이상은/류시훈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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