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2009년 10월 스웨덴 전역의 인터넷이 마비됐다. 국가 도메인 보수 중 모든 사이트가 ‘먹통’이 돼버린 것이다. 이 엄청난 사태의 원인은 잘못 배열된 스크립트인 것으로 밝혀졌다. 시스템 오류 하나로 국가 전체가 혼란에 빠진 사고였다. 2011년 1월28일 이집트에서도 인터넷이 올스톱됐다. 무바라크 대통령의 독재에 항의하는 시위가 거세지자 정부가 한밤중에 인터넷망을 끊어버린 것이다. 전산망 오류보다 더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었다.
우리나라도 자고 나면 터지는 해킹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과 농협 전산망 해킹 등에 이어 ‘3·20 사이버테러’로 방송사의 손발까지 묶였다. 며칠 사이에 지자체들의 전산망도 한꺼번에 다운됐다. 우리 인터넷 인프라는 생각보다 훨씬 취약하다. 1970년대식 네트워킹 시스템을 알고 나면 더욱 걱정스럽다.
비행기 납치용 앱까지 등장
최근엔 비행 중인 항공기를 해킹할 수 있는 모바일 앱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항공기 납치는 물론이고 다른 항공기와 충돌시킬 수도 있다니 섬뜩하다. 재난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더 무섭다. 2001년 9·11 테러와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2010년 아랍의 봄, 2012년 유로존 위기 등도 예고 없이 터졌다.
미국 과학자 존 캐스티는 이처럼 엄청난 파장을 끼치는 예측불가능 사건들을 ‘X이벤트’라고 부른다. X는 ‘극도의’ ‘미지의’라는 뜻으로 복잡하고 기술의존적인 사회에 닥치는 대재난을 말한다. 발생 가능성이 너무 낮아서 위험을 관리하는 전문가 집단이나 보험회사의 확률, 통계에도 들어 있지 않지만 일단 터지면 걷잡을 수 없다. 극단적인 0.1%의 가능성이 모든 것을 바꾼다는 ‘블랙 스완’의 공포도 여기에 속한다.
그는 이 같은 재난의 원인이 ‘복잡성의 과부하’라고 진단한다. 한 시스템 내의 복잡성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지거나 상호작용하는 두 시스템 사이에 복잡성 격차가 심해지면 그 격차를 메우기 위해 X이벤트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런 일은 영국 학자 조지프 테인터가 《문명의 붕괴》에서 이미 경고했던 것들이다. 그는 복잡성의 증대가 문명의 붕괴를 불러온다고 했다. 복잡해지면 단위비용이 늘어나고 생산성이 떨어져 결국 한계수익이 줄어들게 마련이다.
복잡성 줄일 '단순화 전략'을
더 곤혹스러운 것은 복잡한 시스템들이 서로 뒤얽혀 돌아간다는 점이다. 인터넷은 전력망에 의존하고, 전력망은 석유와 석탄 등에 의존하고, 이는 또 전기를 필요로 하는 제조기술에 의존한다. 인터넷 금융거래 금액만 하루 10조달러 이상이다. 대규모 정전으로 인터넷이 다운되고 금융거래가 중단되는 사태를 상상해보라. 2003년 8월14일 미국 오하이오주 정전으로 중서부부터 북동부까지 5000만명 이상의 주민이 공포에 떨었던 일은 또 어떻고….
의료 장비와 첨단 시설, 관제탑, 행정력까지 마비되면 ‘디지털 암흑’이 따로 없다. 애써 쌓아올린 현대문명의 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도 있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복잡성의 격차 때문에 X이벤트가 생기니까 복잡성을 낮추는 게 해법이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도 우리는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탈무드의 가르침처럼 최악을 대비한 후 최선을 기대해야 한다. 캐스티도 몇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그중 한 가지. 금융의 경우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신종 파생상품들을 확 줄이거나 없애는 게 갖가지 통제규정을 강화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한다. 그렇다. 경제나 정치나 국제사회나 복잡해질수록 심플하게!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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