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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경영학] 포드車 나오자 도로건설 뛰어든 벡텔…돈 될 사업 '길목' 선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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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과 실패에서 배운다 < 설계·조달·시공 벡텔의 성공 >
한국경제·보스턴컨설팅그룹 공동 기획

철도 하도급업체의 눈부신 변신
차 대중화되자 송유관 사업…원전 위축되자 민자발전 눈돌려
英~佛 해저터널 ·이라크 재건 등 굵직한 수주로 연 매출 30조원

공사 기간 단축의 귀재
100이면 95는 만족할 만한'설계 프로세스' 사전 제작 노하우
공사 기간 25%· 비용 30% '싹둑'…"아낀 비용 나눠달라" 발주사에 요구도



2010년 12월8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는 한국전력과 미국 벡텔 관계자들이 모였다.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소 수주와 관련된 자문 계약을 맺기 위해서다. 벡텔은 2020년까지 한전 컨소시엄이 수주한 UAE 원전 건립을 위한 종합 설계와 기술 자문을 맡았다.

그 대가로 벡텔은 원전프로젝트 수익금 약 46억5000만달러 가운데 절반 이상인 27억9000만달러를 받기로 했다. 엄청난 자문료를 챙긴 것은 벡텔이 원천 기술을 가졌기 때문이다. 실제 공사는 국내외 건설사들이 진행하지만 필요한 원천 기술은 벡텔의 것이다. UAE 원전 수주의 진정한 수혜자는 벡텔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까닭이다.

벡텔은 설계·조달·시공을 함께 하는 EPC (Engineering, Procurement & Construction) 업체다. 발주처가 플랜트 사업을 의뢰하면 완공과 관련된 모든 사업을 지휘한다. 연 매출이 30조원에 달하는 벡텔은 2011년과 2012년 세계적인 플랜트 전문지 ENR이 선정한 매출 기준 EPC 기업 순위 10위에 선정됐다. 거대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중국 업체들이 10위권에 5개나 있는 것을 감안하면 벡텔의 실제 글로벌 위상은 그 이상이다.

◆신속한 변화 대응으로 급성장

벡텔은 1906년 워렌 A 벡텔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창업했다. 초기 벡텔은 철도 관련 공사의 하도급 업체에 불과했다. 그러나 워렌 벡텔은 미국 서부의 건설 회사에서 관리자로 일하면서 최신 기술의 중요성을 깨달은 인물이었다. 건설 현장에 대형 트럭 등을 선도적으로 도입하는 등 혁신적인 경영으로 회사를 키웠다.

벡텔은 1920년대 말 미국 20대 건설회사로 성장한다. 이후 1930년대 정유, 1970년대 발전 EPC로 사업 영역을 확대한다. 2000년대 초 엔론 분식회계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발전 부문의 EPC는 벡텔의 성장을 주도했다. 이후에는 석유와 가스 개발 EPC를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장착했다.

벡텔은 시대 변화를 잘 감지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하면서 성장을 일궜다. 1910년대 세계 최초로 대량 생산된 포드의 T형 자동차가 나오자 자동차 대중화 시대를 예견하고 도로 건설 사업에 집중했다. 1920년대 중후반에는 자동차 보급이 증가하면서 연료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정유 파이프라인 건설에 뛰어든다.

발전 사업에 주력하던 벡텔은 1980년대 후반 원전 사고 등으로 수요가 줄어들면서 위기를 맞는다. 매출이 크게 줄어 인력의 50%가량을 해고할 정도였다. 이때 벡텔은 관련법안이 통과되면서 미국에서 민간 자본으로 발전소를 지어 생산한 전기를 정부에 팔 수 있는 독립발전사업자(IPP)가 허용됐다는 것에 주목했다. 1991년 PG&E(Pacific Gas & Electric Co)와 IPP 사업을 할 수 있는 벤처회사를 설립했다. 또 셸과 50 대 50 지분 투자를 통해 1997년에도 IPP 회사를 설립했다. IPP를 통한 발주는 ‘벡텔이 벡텔에 발전소 일감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수주 가뭄에 시달리던 벡텔은 발상의 전환으로 불황을 이겨냈다. 벡텔은 정책 입안 과정에서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다. 2005년 미국 부시 행정부는 장기간 금지했던 원전 건설을 허용하는 법안을 검토 중이었다. 벡텔은 원전 필요성을 조목조목 설명해 의회 동의를 이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차별화된 ‘프리-엔지니어링’의 강점

벡텔은 다른 EPC 업체들과 차별화되는 ‘프리-엔지니어링(pre-engineering)’ 프로세스를 갖고 있다. 1990년대에 들어 불황으로 인해 투자 수익률에 극도로 민감했던 발전 업계에서는 공사 기간을 최대한 줄이고 싶어했다.

벡텔은 1993년 발전 플랜트의 설계 모델을 사전 제작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조치였다. 발전소 건립은 철저하게 발주처의 요구대로 진행되는 게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벡텔은 그러나 오랜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객 니즈의 공통 분모를 찾아내 사전 제작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공사 기간을 25%, 비용을 30%가량 줄일 수 있었다.

1996년 미국 오리건주 발전소 건립에 첫 적용된 프리-엔지니어링은 이후 벡텔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벡텔은 2~3년 걸릴 것으로 예상되던 공사 기간을 견적 3개월, 구매 3개월, 건설 및 시운전 1개월 등 총 7개월 단축시켰다. 벡텔은 공사 비용을 산정할 때 건립 등 직접 비용 외에 유지보수 등 간접 비용까지 함께 고려한다. 또 객관적인 비용과 기간 기준을 세워놓고 이에 맞춰 공사를 진행하면서 낭비 요소를 없애고 있다. 벡텔이 1930년대 미국 후버댐 건설을 비롯해 영국과 프랑스를 연결하는 해저터널, 홍콩 국제공항, 쿠웨이트 및 이라크 재건 사업 등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정평이 난 능동적인 고객 관리

벡텔은 고객에게 능동적으로 사업 아이디어를 제안해 상호 이익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2006년 미국 스피링거빌이 발주한 애리조나 석탄화력발전소 1, 2기를 건설한 벡텔은 세 번째 발전소 건설권도 따낸다.

3기 공사를 진행하던 중 예상치 못한 전기료 인상으로 공사 비용이 크게 늘어나게 됐다. 벡텔은 새로운 공법으로 공사 기간을 단축하면 하루에 50만달러가량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곧바로 스프링거빌에 발생하게 될 이익의 30%를 주면 기간을 줄여주겠다고 제안했다. 양사 합의로 공사 기간은 90일 단축돼 서로 이득을 봤다.

벡텔은 기존 고객 관리를 위해 KAE(Key Account Executive)라는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15년 이상 엔지니어링 등의 경험을 가진 베테랑 직원 1명에게 기존 고객 관리를 맡기고 있다. 또 ‘지퍼 플랜(zipper plan)’이라는 전락적 고객 밀착 관리를 통해 수주를 늘리고 있다. 최고경영자(CEO)에서 말단 직원까지 고객사 임직원과 1 대 1로 담당을 정해 지속적인 친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평소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다가 신규 프로젝트 발주 조짐이 보이면 지퍼를 끌어올리는 것처럼 집중적인 수주전에 나선다.

김도원 BCG 파트너/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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