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오석 부총리 "경제민주화는 공정한 경쟁 하자는 것 경영활동 위축 안돼야"
서울관광고교서 간담회 "관광 등 서비스업 통해 창조경제 만들어진다"
“경제민주화는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를 만들고, 공정한 경쟁을 하자는 것입니다.”(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대기업에 우호적이지 않은 최근 분위기와 국회의 (반기업적) 입법 활동은 염려스럽습니다.”(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16일 현 부총리가 취임 후 처음으로 경제 5단체장과 간담회를 한 서울 봉천동 서울관광고등학교. 정부 관계자는 이날 간담회가 “일자리 확대, 특히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한 정부 의지를 전달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첫 만남에서 오가는 ‘앞으로 잘해보자’는 식의 의례적인 덕담은 없었다. 오히려 최근 정치권의 과도한 경제민주화 논의에 대한 우려 때문인지 시종일관 걱정스러운 분위기 속에 이뤄졌다.
정치권에서 대기업을 겨냥해 준비하고 있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방안이 당초 박근혜정부가 내세운 경제민주화 공약보다 훨씬 강하다는 등의 어두운 분위기도 묻어났다. 손경식 회장은 “기업인들이 어려워지는 경기 여건과 대기업에 대한 비우호적인 분위기로 많이 위축돼 있다”며 “대기업·중견기업·우량 중소기업이 활력을 잃는다면 결국 일자리 창출도 둔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기업가 정신을 떨어뜨리는 정치권의 입법 활동에 우려를 표시했다. 이 회장은 “‘기업가 정신을 억누르는 지나친 처벌 규제는 경제민주화가 아니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견에 공감한다”며 “투자를 위축시키는 법안, 근로의욕을 저하시키는 입법을 자제하고 올해만큼은 경제 살리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경제민주화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중소기업들도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대기업을 옥죄는 걸 원치 않는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경제민주화가) 자리를 잡으면 좋겠다”고 했다.
일본 정부의 엔저(低) 정책이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어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왔다. 한덕수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세계 중앙은행들의 양적완화 정책에 따라 국내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정부와 중앙은행의 협력을 통해 특단의 조치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현 부총리는 이 같은 재계의 우려를 의식한 듯 “경제민주화는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게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경제민주화는 공정한 기회와 경쟁을 위한 여건을 만들어 창조경제를 뒷받침하자는 것”이라며 “창의와 열정을 바탕으로 창조와 혁신이 일어나게 하자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지하경제 양성화에 대해서도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화해 조세정의를 실현하자는 것”이라며 “경영활동을 제약하려는 것이 아니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 부총리는 기업인들의 적극적인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당부했다. 그는 “빠른 시일 내에 민간소비가 살아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재무 건전성 향상 등으로 투자 여력이 있는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정부가 규제를 풀겠다면서 법률과 제도만 들여다본 건 아닌지 의구심이 있다”며 “현장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현 부총리는 간담회에 이어 서울관광고등학교 학생, 교사 등과 만난 자리에서 “창조경제는 관광 등 서비스산업을 통해서 만들어진다”며 “관광산업은 (모든 산업이) 다 어우러진 산업이기 때문에 유망 산업 중에서도 유망하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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