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15일(현지시간) 장관들의 재산을 공개했다. 제롬 카위작 전 예산 장관이 스위스 비밀계좌를 운용해온 사실이 들통난 이후 정부의 도덕성에 타격을 입으면서 장관들의 재산을 공개하기로 한 데 따른 조치다.
프랑스 정부 홈페이지에 발표된 재산 공개 명단에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을 비롯 총리, 각부 장관 등 모두 38명의 재산 현황이 망라돼 있다.
재산 목록에 따르면 상당수 장관이 프랑스의 부자세 부과 한도인 130만유로(약 18억9900만원) 이상의 재산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날 이번 재산 공개 이후 올랑드 대통령이 그의 사회주의 정부가 ‘샴페인 사회주의자’로 조롱당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샴페인 사회주의자는 “우리가 따뜻한 응접실에서 샴페인 잔을 부딪치며 사회주의에 관한 잡담을 할 때 바깥에서 추위와 배고픔에 죽어가는 건 가난한 사람들”이라고 쓴 19세기 러시아 철학자 알렉산드르 게르첸의 작품 ‘다른 해변으로부터(1855)’에서 유래한 말이다. 한국의 ‘강남 좌파’와 비슷한 표현이다.
최고 부자는 로랑 파비위스 외무장관으로 573만유로(약 83억5000만원)를 신고했다. 그의 재산은 파리 아파트 등 390만유로의 부동산, 프랑스 경매회사 피아사(Piasa) 주식 120만유로어치, 기타 명시하지 않은 소유물 63만유로였다. 미셸 들로네 고령자 담당 장관은 560만유로(약 81억6000만원)를 신고했고 장 마르크 에로 총리는 155만유로(약 22억6000만원)를 신고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117만유로(약 17억950만원)를 신고했다. 대부분 부동산이었다. 우리나라 장관 중 최고 부자는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최근 인사청문회 당시 50억원 상당의 재산을 신고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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