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률이 떨어졌는데 실업자도 줄었다고 한다. 통계청의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전체 고용률(15~64세)은 63.4%로 1년 전보다 0.2% 낮아졌지만, 실업률(3.5%) 역시 0.2%포인트 떨어졌다. 특히 20대 취업자수가 전년 대비 12만4000명 줄어 11개월째 감소세이고, 고용률은 55.8%로 2.3%포인트 급락해 전체 고용률 하락의 주된 원인이 됐다. 그럼에도 20대 실업률은 8.6%로 고작 0.3%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고용의 미스터리다.
20대 고용률 하락은 우리 경제의 신규 일자리 창출 능력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통계상 청년(15~29세) 실업자는 34만6000명에 불과하지만 이와 별도로 취업준비생(46만3000명)이나 그냥 쉬었다는 청년(38만6000명)은 그 2.5배인 84만9000명(2월 기준)에 이른다. 구직단념자(17만6000명) 중에도 청년층이 적지 않다. 구직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은 취업자도 아니고 실업자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될 뿐이다. 청년들이 취업은커녕 실업자가 되는 것조차 포기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청년 취업 부진은 무엇보다 저성장 고착화가 원인이다. 2%대 저성장에 신규 일자리는 두 달째 20만개에 불과한데 취업희망자는 한해 60만~70만명씩 쏟아져 나온다. 아울러 일자리와 눈높이 간의 불일치도 여전하다. 고용정보원에 따르면 대졸자 희망연봉이 평균 2604만원인데 실제 연봉은 2208만원이다. 번듯한 대기업 일자리라야 한해 2만개 남짓일 뿐이다. 그냥 쉬었다는 청년들이 직장을 못 구한 이유는 ‘일거리가 없어서’(39.5%), ‘임금·근로조건이 맞지 않아서’(28.1%)가 대부분이다.
장기 취업준비생, 구직단념자 또는 그냥 쉬었다는 소위 청년백수가 갈수록 늘어나는 것은 엄청난 기회손실이다. 더구나 청년백수를 통계상 실업자에서 빼놓고 청년실업을 논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이다. 정부가 청년실업 개선의지가 있다면 실업통계부터 확 바꿔야 마땅하다. 미국에선 국제노동기구(ILO)가 정한 실업률 외에 체감실업률 등 6개 보조지표를 공식 발표한다. 이제 실업자 통계도 진실에 직면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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