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유로 가치 3년만에 최저
멕시코 페소화 가치도 급등
일본 정부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촉발된 엔저 추세가 글로벌 통화와 채권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달러당 엔화가치는 100엔대에 바짝 다가섰고, 유로화 대비 엔화가치도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이 세계 금융시장의 재조정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로화 대비 엔화가치는 9일(현지시간) 오후 5시 뉴욕 외환시장에서 전일보다 0.2% 오른 129.55엔을 기록했다.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날 장중 한때 2010년 1월 이후 최고가인 130.09엔에 이르기도 했다.
멕시코 페소화도 이날 미국 고용지표 하락에도 불구하고 랠리를 이어가 하루새 0.02% 오른 달러당 12.1275페소를 기록했다. 미국 지표가 하락하면 통상 페소화가치는 떨어지지만 엔·달러 환율의 영향을 받은 결과라고 WSJ은 분석했다.
유럽 국채 시장도 엔저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일본은행(BOJ)의 공격적인 채권 매입으로 일본 국채 수익률이 급락하면서 일본의 투자자들이 보다 안전하고 수익성이 높은 해외 상품들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일과 5일(영업일 기준) 프랑스와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벨기에 등 유럽 주요국의 10년물 금리는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의 골칫거리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 금리도 반짝 덕을 봤다. 스페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탈리아 국채 금리도 2월 총선 이후 최저 수준인 4.326%로 떨어졌다. 이에 비해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는 8일 기준 0.514%를 기록했다.
일본에서는 ‘골드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엔화 약세에 힘입어 일본 시장의 금 가치가 크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도쿄 상품거래소(TOCOM)에서 거래된 금 선물은 g당 5030엔 선으로 지난 4일 일본은행이 추가 양적완화 조치를 발표한 이후 6.8% 올랐다. 연초 대비 상승률은 7.8%에 달한다.
도쿄 오사카 등 일본 주요지역의 보석상은 금 제품을 팔러 나온 사람들이 몰리면서 평소보다 3배 많은 방문객 수를 기록했다고 WSJ은 보도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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