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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군견(軍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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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사람들과 비교할 순 없지만 개들도 살아가는 방식이 다양하다. 가장 흔한 애완견(犬)에서부터 투견 탐지견 사냥견 안내견 구조견 썰매견 경찰견 야생견…. 군견(軍犬)도 있다.

개를 군사적 목적에서 키웠다는 기록은 2500년 전으로 거슬러 간다. 고대 페르시아가 이집트와의 전쟁 때 사용했다고 한다. 로마제국, 그리스 스파르타, 옛 중국에서도 개를 전투에 활용했다고 전해진다. 과학적, 체계적인 훈련을 거쳐 경비 수색 운반에 제대로 활용한 것은 1차 세계대전부터다. 그렇게 보면 개가 군에 동원된 것은 군대와 전쟁의 현대화와 궤를 같이하는 셈이다.

개의 후각은 통상 인간의 1만배라고 한다. 최대 100만배라는 분석도 있다. 이렇게 뛰어난 후각에다 민첩하고 용감하다. 충성심은 또 어떤가. 혈통 좋은 개 중에서도 엄격하게 선발해 전문가들이 자질을 더 키우게 한 게 군견이다. 전방부대의 경비, 수색에서 폭발물 탐지까지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해낸다. 초기 독일의 목양견으로 이름을 날렸다가 각국에서 군견으로 각광받는 셰퍼트들은 보기에도 근사하다.

우리 군에서 군견으로 발탁되면 8~9세까지 활동하다 퇴역한다. 사람에 비교하면 65세쯤 된다는데 이때쯤이면 후각이나 탐지, 추적능력이 확 떨어진다고 한다. 군견은 퇴역하면 대개 안락사하거나 수의대 같은 곳에 학술연구용으로 간다는 대목이 흥미롭다. 군인들만큼이나 군견도 명예를 소중히 여긴다는 의미일까. 눈곱이 끼이고, 아무데서나 실례도 하는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게 베테랑 군견의 자존심이라고 해석한다면 견공이라 해서 제복에 비유 못할 바도 아니다. 군견의 마지막 길을 놓고 동물애호가들이 이런저런 시비도 한다지만 군견으로 살다가 군견으로 깔끔히 마치는 것에서 작은 경건함을 엿본다. 명예가 어디 사람에게만 해당될 것인가. 개만도 못한 사람이 널린 판에.

엊그제 북한 조선중앙통신이라는 관영 매체가 군견 훈련이라며 사진 몇 장을 공개했다. 모습은 셰퍼트 그대로인데 군복의 명예랄까, 엄격함은 보이지 않는다. 왠지 땅굴을 탐지해내는 기민성, 영특함도 찾아보기 힘들다. 훈련은 기껏 김관진 국방장관 얼굴 모습을 한 허수아비를 물어뜯는 장면이다.

북의 노림수가 훤히 보인다. 군견까지도 체제의 유지와 선전에 쓰겠다는 것 아닌가. 미사일 발사대를 다시 세우고 가당찮은 핵실험 위협을 가하는 것이 절반은 대외 으름장이고, 다른 절반은 취약한 체제단속용인 것의 연장선상이다. 잘 키운 군견 하나가 1개 중대병력 구실을 한다는데, 군견까지도 기껏 허수아비 얼굴 물어뜯기에 내몬다 해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북의 주민이 몇이나 될까. 그 사진에 위협을 느낄 우리 국민은 또 얼마나 있을까.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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