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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통계' 위에 세운 '행복국가 70·70'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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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스토리 - '불통 통계' 양산하는 한국

헷갈리는 통계
중산층 55%? 64%? 67%?…집계 방식따라 제각각

표본가구 턱없이 부족
고작 8700가구 조사해 소득집계…부유층·극빈층 응답률 떨어져




‘중산층 70%, 고용률 70%를 달성해 국민행복시대를 열겠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강조해온 국정과제 목표다. 일자리 창출과 경제민주화를 통해 국민행복을 이루겠다는 큰 그림이 ‘70%’라는 숫자에 함축돼있다. 목적을 달성하려면 현실을 명확히 해야 한다. 몸무게를 알아야 체중감량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것과 같다. 그런데 처음부터 저울이 망가져있다면 어떻게 될까. 틀린 숫자는 몸을 망가뜨릴 것이다.

○중산층 계산법 ‘의견 분분’

‘국민행복 70·70’ 공식을 뒷받침할 국가통계가 흔들리고 있다. 중산층 70%라는 목표만 있을 뿐, 현재 중산층이 얼마나 되는지 지표를 관리하는 데는 무심하다. 통계청의 중산층 비중 집계방식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란거리다. 8700여 표본가구의 소득 파악 과정에 허술함이 제기된다. 고용지표에 대한 불신은 이미 뿌리 깊다.

국가통계를 담당하는 통계청의 공식 조사항목에 ‘중산층’이란 단어는 없다. 통계청 관계자는 “중산층 기준과 개념이 제각각이라 논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곤 했다. 새 정부가 중산층 재건을 내걸자 최근에야 ‘중산층 지표를 보완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였다. 통계청은 울프슨지수 등 해외에서 활용되는 소득분배지표를 국내에도 도입하기로 했다.

그동안 중산층 지표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통계청은 매월 가계동향조사를 종합해 ‘중위소득(전체가구를 소득 순으로 줄세웠을 때 한가운데 있는 가구의 소득)의 50~150%를 버는 가구’의 비중을 계산한다. OECD가 중산층으로 정의하는 개념이다. 중위소득 50~150%가구 비중(처분가능소득 기준)은 2008년 63.1%에서 2011년 64.0%로 0.9%포인트 높아졌다. 1인 가구와 농가를 제외한 중산층 비중은 67.7%로 70%와 격차는 2.3%포인트다.

문제는 이 수치를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스스로를 저소득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조사대상의 50.1%(2001년)에 머물렀다. 이 때문인지 전문가들도 통계청의 소득지표 작성방식에 일부 의문을 표시한다. 논란거리는 가구소득을 개인소득으로 환산(가구균등화 소득)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맞벌이 부부와 두 자녀로 이뤄진 4인 가구가 한달에 400만원을 벌 경우, 1인당 소득은 100만원이 아니다. 통계청은 가구당 소득을 가구원수의 제곱근(√)인 2로 나눈다. 즉 1인당 200만원을 번 것으로 여긴다. 통계청 관계자는 “가구원들은 자동차나 TV 등 지출항목을 공유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라며 “선진국에서도 즐겨 쓰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득이 없는 두 자녀도 200만원을 번 것으로 나와 논리적 모순이란 지적도 있다. 문외솔 서울여대 교수는 “통계청 방식으로 개인 소득을 계산하면 소득이 없는 가구원도 소득이 발생한 것으로 나와 분배지표가 현실보다 좋게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통계청 방식으로 개인소득을 환산하지 않고 가구기준으로 ‘중위소득 50~150%’를 집계한 결과, 중산층 비중은 55.5%까지 떨어졌다.

○표본조사의 한계 못 벗어나

더 근본적인 문제는 가구소득을 집계하는 과정에서 제기된다. 가계동향조사의 표본인 8700여 가구로는 소득분배 현황을 명확히 알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통계청의 한 관계자는 “표본이 적어 소득 10분위는 솔직히 정확하다고 자신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소득 양극화를 파악하기 위해 소득 상위 10%와 하위 10%를 비교하는 경우가 잦지만 이 역시 믿을 수 없는 셈이 된다. 표본수를 늘리면 되지만, 노동집약적인 통계의 특성상 매년 그만큼의 예산 부담을 져야한다.

사생활 보호 분위기가 짙어지면서, 표본가구이 응답률이 갈수록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특히 소득 공개를 꺼리는 고소득층은 표본으로 선정돼도 응답에 아예 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소득상위 1%의 ‘슈퍼리치’는 전체 통계에 큰 영향을 주지만, 타워팰리스 등 정작 이들이 사는 곳을 조사원이 파고들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월 2~5만원의 답례품으로도 이들을 설득하기 어렵다.

표본조사의 한계는 통계의 정확성을 실제로 갉아먹고 있다. 홍종학 민주통합당 의원이 최근 국세청으로부터 과세인원 1326만명의 소득자료를 분석한 결과, 1인당 중위소득은 연 2510만원(2011년 기준)으로 집계됐다. 통계청이 계산한 중위소득 3150만원보다 600만원 가까이 작다. 이러면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한 중산층의 범위 설정도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밖에 없다.

홍 의원은 중산층의 소득이 정부가 제시한 수치보다 훨씬 작고 그에 따라 양극화가 심하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 이런 자료를 제시했겠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통계청이 조사하는 중위소득이 정확하지 않다는데 있다.

국가 통계는 한 나라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말해주는 기본 자료여야 한다. 정책입안과 집행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특히 그렇다. 하지만 지금같은 통계역량으로는 기존 수치를 반복 생산하는데도 급급하다. 박성현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은 “통계가 잘못되면 정책도 불신을 받게돼있다”며 “잘못된 통계에 따른 국가적 손실은 엄청나다”고 지적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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