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법무부의 청와대 업무보고에 주목하게 되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유독 법질서와 법치주의를 강조한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4대악 범죄’ 척결, 중수부 폐지, 법질서 확립, 사회적 약자와 인권보호 등에 관한 예상된 보고가 이어졌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1마을1변호사’라는 색다른 제도를 다음달부터 도입하겠다고 밝힌 대목이 있어 특별한 관심을 두게 된다. 당장은 무보수 자원봉사라고 하고 서민들의 법률 조력에 정부가 관심을 기울인다는 면에서 굳이 정책의지를 폄훼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법무부가 적당한 명분 아래 변호사들의 일거리를 챙긴다는 의심을 갖게 되는 것도 자연스럽다. 로스쿨 출신을 포함해 매년 새로 배출되는 변호사가 2000명을 넘어서면서 변호사의 구직난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충분히 짐작하는 그대로다. 또 법조인의 소위 몸값이 날로 하락추세인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고 이 때문에 변호사 단체들이 발벗고 나서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일이다. 하지만 법무부가 앞장서서 변호사 일감을 만들어내고, 이를 새 정부의 중점업무로 내세운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로스쿨 변호사가 배출된 게 이제 겨우 두 해째다. 서민들에게 변호사는 여전히 멀고 높은 곳에 있다. 더구나 유명 로펌에 속한 변호사들은 그곳에 근무했다는 이유만으로도 공직 취임에 결격사유가 될 정도로 법조에 대한 불신이 깊은 상황이다. 법률서비스의 거품을 빼고 법조인을 전문직업인으로 거듭나게 하자는 것이 법조개혁의 진수일 것이다. 그런데 로스쿨 도입 불과 두 해만에 법무부가 변호사 일감을 만들어 내는 데 정책을 동원할 정도라면 법조인들의 동료애는 실로 눈물겹다고 할 것이다.
지금 법무부가 집중해야 할 일은 법질서를 세우고 법치주의를 확립하는 일이다. 더구나 서슬이 퍼렇게 살아있어야 할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다. 그런데 법무부가 동료변호사의 밥그릇부터 챙긴다는 의심을 받아서야 쓰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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