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개성공단을 사실상 폐쇄하는 수순을 밟아감에 따라 우리 측 직원들의 인질화 및 재산몰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됐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측이 취할 조치는 한 가지밖에 없다고 본다. 근로자 전원을 즉시 귀환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은 즉각적인 철수보다 북측에 공단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 당장 막대한 손실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남북협력기금이 1조8000억원가량 있다고 하지만 보상받을 수 있는 금액은 최소한의 투자비용에 불과하다는 게 이들 업체의 주장이다. 더욱이 정부의 지시도 없는데 철수하면 나중에 이런 보상조차 못 받을지 모른다는 게 업체들의 우려다.
결국 정부가 명확한 방침을 내놓지 않는 데서 문제가 생긴다. 정부는 철수 명령을 내리면 개성공단 폐쇄 책임을 뒤집어쓴다는게 고민일 것이다. 기업들의 모든 보상 요구에 응해야 하는 점도 부담일 수 있다. “만약의 사태가 생기면 군사 조치를 취하겠다”는 국방장관의 원칙적인 발언만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현안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은 있을 수 없는일이다. 용산개발 사업이 꼬인 것도 그래서다. 국토교통부는 용산사업에 대해 코레일에 따로 통장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명확하게 입장을 밝히지 않을 뿐 사실상 코레일의 사업 포기를 바라는 정부다. 정부가 직접 나섰다간 피해보상 등 모든 책임을 정부가 떠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코레일이 알아서 하기를 바라는 모양새다. 그렇지만 코레일은 “정부가 직접 지시하면 개발을 포기하겠다”며 책임을 다시 정부 쪽으로 넘기고 있다. 정말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용산개발이 공적 사업이라고 판단되면 직접 개입해 중단 여부를 분명히 밝히고 그렇지 않다면 코레일에 일임하면 그만이다.
정부가 이런저런 눈치를 보면서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일종의 ‘핑퐁치기’를 하고 있다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개성공단이든 용산개발이든 정부는 책임질 일이 있으면 분명하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더욱이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안보가 걸린 일이다. 정부가 어떻게든 빠져나갈 구멍부터 생각한다면 누가 믿고 정책을 따르겠는가. 국민은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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