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병영 이야기
1974년 입대…장갑차부대 배치
훈련 1등 도맡아 이병때 휴가도…"軍은 자립·창의 익힐 좋은 기회"
경기도 전방의 한 유격장. 나무로 된 다리가 계곡 위에 걸려 있었다. 다리 아래엔 시퍼런 물이 흘렀다. 대부분의 다리가 후들거릴 수밖에 없었다. 높이가 공포를 느끼기 딱 좋았기 때문이다. 도시 출신 동료들은 서서 건너지 못하고 엉금엉금 기었다. 내 차례가 됐다. 나는 웃으면서 순식간에 건넜다. 그때였다. 빨간 모자를 쓴 유격조교가 나를 불렀다. “야! 유격장에서 왜 이빨을 보여.”
뺨에서 불이 번쩍 튀었다. 얼차려도 이어졌다. 내가 계곡 다리를 쉽게 건넌 데는 이유가 있었다. 전남 벌교에서 태어나 어렸을 적부터 집안 농사를 도왔던 나의 취미는 ‘철교 건너기’였다. 그곳엔 기차역이 있었고 수백m 떨어진 곳에 철교가 있었다. 역에서 경적을 울리며 석탄을 실은 열차가 출발하면 이를 출발 신호로 삼아 친구들과 전속력으로 철교를 왕복하곤 했다.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당시엔 철교 밑으로 강물이 흐르고 앞에선 기차가 연기를 뿜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기관사는 지나가면서 “야~죽으려고 환장했어”라고 소리를 지르며 우리를 향해 석탄을 냅다 집어던지곤 했다. 이런 놀이에 익숙해진 나에게 유격장 다리는 놀이터였던 셈이다.
나는 군대체질이었다. 1974년 논산에 입대한 뒤 경기도 청평 사단사령부에서 후반기 교육을 받을 땐 입교생 200여명 중 전체 1등을 해서 이등병 계급장을 달고 포상휴가를 나온 진기록도 있다. 이등병이 서울역에 나타나자 헌병들이 수상하게 여겨 검문을 하기도 했다.
훈련을 받은 뒤 장갑차부대에 배속됐는데 기관총 분해조립·사격 등 각종 측정에서도 종합 1등을 차지했다. 시골에선 농사짓고 거름을 나르고 삽질 톱질 등 숱한 일을 해왔는데 군대에서 하는 작업들은 너무 쉬운 것이었다.
당시 33개월 군대생활 중 27개월쯤 돼야 병장으로 진급하는데 난 16개월 만에 병장 계급장을 달았다. 특진 덕분이었다. 물론 어려움도 많았다. 당시 기름을 아끼려고 그랬는지 우리 부대원들은 장갑차를 타는 대신 행군이 훨씬 많았다. 일반 보병이 도로로 걸어가면 우리는 주로 장갑차가 달리는 개울가로 행군했다. 같은 거리를 행군해도 일반 보병보다 서너 배 힘들었다.
14시간씩 쉬지 않고 걷기도 했고 영하 20도 이하로 떨어지는 겨울철 장갑차 시동을 끈 뒤 그 안에서 버티기도 했다. 그때 철판에 살이 닿으면 피부가 떨어져 나갈 지경이었다.
군대생활은 크게 두 가지 교훈을 주었다. 첫째,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능력이다. 장갑차부대에서 ‘교육계’를 담당했던 나로서는 중대원과 협력해 각종 교보재를 만들었다. 입대 전 철공소에서 일했던 부대원은 철판을 구해다 두드렸고 목수 일을 하던 동료는 나무를 깎아 모형 무반동총을 만들었다. 이들이 힘을 합치니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었다.
둘째, 사회생활에 대한 적응이다. 군에는 배운 사람, 못 배운 사람, 부유한 사람, 가난한 사람이 섞여 있다. 이들과 더불어 사는 생활을 배운 것이다. 이곳에서 인내와 양보, 배려를 배울 수 있었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내 아들 3명이 모두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제대했다. 아들이 입대할 때 나는 똑같은 것을 강조했다. “군은 사회생활의 축소판이니 그곳에서 자립심과 창조정신, 그리고 예절을 배워라.”
군에서는 당연히 강인한 정신력과 자립심을 배우게 된다. 여기에 예절교육과 영어교육을 더한다면 한국의 젊은이들을 글로벌 리더로 양성하는 훌륭한 교육의 장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황을문 <서린바이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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