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공사 직접 대출 … 3월 對日수출 18% 감소
정책금융공사가 엔화 약세로 피해를 입은 수출 중소·중견기업에 1000억원을 직접 대출한다. 은행을 통해 간접대출(온렌딩·on-lending)해온 정책공사가 기업에 직접 대출하는 것은 처음이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은 엔화 약세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에 1년간 보증 전액을 만기 연장해주기로 했다.
정부는 1일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장관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엔화 약세의 영향 및 대응 방안’을 확정해 시행하기로 했다. 정부는 “세계 시장에서 일본 기업의 가격 경쟁력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세계 경제 회복이 지연되고 엔저 현상이 지속되면 우리의 수출과 성장 위축, 산업 경쟁력 저하, 중소기업 피해 등이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이번 대책은 수출 중소기업의 유동성 공급을 늘리기 위해 정책금융기관을 총동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우선 정책공사가 이달부터 직접 대출하는 1000억원에는 기존 대출보다 0.2%포인트 낮은 금리를 적용한다. 대상은 엔저로 수출이 대폭 줄어든 중소·중견기업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신속하게 자금을 집행하고 우대금리를 적용하기 위해 은행을 거치지 않고 바로 대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엔저 피해 기업에 대한 특례 보증도 이뤄진다. 신보·기보는 새로 보증받는 수출기업이 내야 할 보증료를 더 깎아주기로 했다.
신보·기술신보 보증액 1년간 만기 연장
정부는 신보·기보 보증, 정책공사 온렌딩 지원, 수출입은행 대출 등 이미 계획된 자금은 조기 집행하기로 했다. 상반기 중 계획의 60% 이상을 집행한다는 목표다. 이 때문에 하반기에 지원할 재원이 부족할 것 같으면 기금 운용 계획을 바꿔 추가 재원을 마련할 방침이다.
수은은 신용도가 취약한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평가를 생략하고, 수출 이행 능력과 수출 거래 안정성만을 평가해 전액 신용대출하는 ‘특례신용대출’을 확대한다. 신성장 산업 관련 수출기업이 주요 지원 대상이다.
올해 특례신용대출 목표치는 500억원으로 지난해(152억원)의 3배로 늘려 잡았다. 수은은 또 연간 수출 100만달러 이하 ‘초보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대출금리를 최대 0.5%포인트 인하한다.
기업은행은 환율 변동으로 자금 곤란을 겪는 수출기업에 대해 수입 결제, 수출입 원자재 구입자금 용도로 최대 5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 중소기업청 등이 참여하는 관계기관 태스크포스(TF)를 구성,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안을 월 1~2회 점검하기로 했다. 엔저의 영향으로 해외 시장에서 일본 기업이 가격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어 우리 주력 산업은 물론 중소·중견기업의 피해가 잇따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KORTA 해외무역관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한국과 일본산 기계류 가격 차이가 기존 10~20%에서 5~10% 수준으로 줄었고, 일본산 자동차 판매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중국에선 일본산 화장품, 주방용품 등의 가격이 내리면서 한국산 제품도 가격 인하 압박을 받고 있다. 한편 이날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3월 대일 수출은 전년 같은 달 대비 1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KORTA 관계자는 “일본에선 한국산 제품 가격이 10% 이상 오르면 거래처를 바꾸겠다는 기업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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