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성보험 금리도 잇따라 인하…노후 비상
보험사들이 주로 취급하는 개인연금 상품의 공시이율(적용금리)이 사상 처음으로 연 3%대로 추락했다. 마지노선으로 여겨져 온 연금 금리 ‘4% 벽’마저 깨진 것이다. 즉시연금 등 개인연금으로 노후를 준비해온 은퇴 예정자와 퇴직자들의 재무계획에 비상이 걸렸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농협생명은 유배당 개인연금의 적용금리를 이달 연 3.9%로, 전달 대비 0.1%포인트 낮췄다. 비과세 혜택이 있는 연금보험 뿐만 아니라 연간 400만원 한도로 소득공제가 가능한 연금저축까지 똑같이 인하된 금리를 적용한다.
다른 생명보험사도 마찬가지다. 신한생명은 연금보험 금리를 3월 연 4.1%에서 4월 4.0%로, 흥국생명은 4.1%에서 4.01%로, 동양생명은 4.1%에서 4.05%로 각각 인하했다.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빅3’는 연금 적용금리를 4.0~4.01%로 동결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삼성생명 등 대형사들도 금리를 더 낮춰야 하지만 당국 눈치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보험사 상품엔 사업비가 포함되기 때문에 연 4% 금리라 해도 은행권의 3%대 예·적금보다 유리하지만은 않다”고 전했다.
연금 판매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손해보험사들도 연 3%대 연금저축을 처음 선보였다. 삼성화재와 LIG손해보험은 이달 연금저축 금리를 연 3.9%로, 전달보다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개인연금 가입자들의 노후 재무설계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A사 즉시연금에 1억원을 넣은 65세 남성이 연 4.0%의 공시이율을 적용받을 경우 매달 29만9202원(상속연금형 기준)을 받을 수 있지만, 금리가 0.1%포인트만 떨어져도 29만1722원으로 7480원 줄어든다. 금리 차이가 0.1%포인트에 불과하지만 월 수령액은 2.5%나 감소하는 것이다.
보험사들은 개인연금 뿐만 아니라 만기 때 한꺼번에 목돈을 지급하는 저축성보험 금리도 낮추고 있다. 삼성생명은 이달 저축성보험 금리를 연 4.1%로, 한화생명은 4.2%로 각각 0.1%포인트 내렸다.
보험사들이 일제히 금리 조정에 나선 것은 시중금리 하락분을 소비자에게 일부 전가하지 않고선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특히 외환위기 직후 최고 연 12~13%에 달하는 확정금리형 상품을 대거 판매한 탓에 이미 역마진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저금리 기조가 심화하고 있어 개인연금별 금리 비교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동부화재 미래에셋생명 등 일부 보험사는 여전히 연 4.3~4.4%의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보험사별 최저보증이율도 따져보라는 조언이다. 최저보증이율은 향후 시중금리가 아무리 떨어져도 당초 약속한 금리를 보장한다는 의미다. 보험사에 따라 연 0.5~3.5%까지 천차만별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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