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수 새누리당 의원이 업무상 배임죄의 요건을 엄격하게 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한다.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회사의 이익을 위해 내린 결정이라면 비록 손해가 나더라도 의무 위반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 이번 개정안의 핵심내용이다. 합리적 경영판단을 업무상 배임에서 배제하는 ‘경영판단의 원칙’이 적용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만시지탄이요 실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업무상 배임죄는 독일과 일본 정도만 도입하고 있을 뿐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법률이 아니다. 게다가 독일은 ‘경영판단의 원칙’을 증권거래법에 명기, 형법에 규정된 업무상 배임죄의 무분별한 적용을 막고 있다. 일본 역시 손해를 끼칠 의도가 명백한 목적범으로 제한, 경영상의 판단을 존중한다. 그러나 한국에선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로 규정돼 있을 뿐이다.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불명확한 개념이어서 형벌로 처벌할 만한 근거로 될 수 없는 정도다. 더구나 작위나 부작위가 모두가 배임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실제로 10대그룹 총수 중 절반이 이미 업무상 배임죄로 처벌받았다는 것은 이처럼 걸면 걸릴 수밖에 없는 구조 때문이다. 따라서 억울한 죄인이 양산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2005년부터 4년간 1심을 기준으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의 배임 무죄율은 11.6%로 전체 형사범(평균 1.2%)의 10배가 넘는다. 더구나 무죄로 풀려난 경우조차 돈 많은 기업가들이 ‘무전유죄 유전무죄’로 풀려난 것처럼 오해받는다.
한편 정치권은 300억원 이상의 업무상 배임은 최소 15년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처벌을 강화할 움직임이다. 업무상 배임은 형사범죄가 아닌 민사상 손해배상으로 처리하는 국제적 흐름과는 또 반대로 간다. 기업경영은 손실에 도전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다. 위험을 부담하고 그것에 도전하는 것을 범죄행위로 처벌하겠다면 누구도 기업을 키우려 하지 않을 것이다. 기업인들이 회사를 얼마나 발전시킬 수 있느냐가 아니라 감옥에 가지 않을 방도부터 연구해야 한다는 것은 실로 불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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