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영 기자] 13년 전 ‘I love you’를 감미롭게 부르던 임재욱이 더 포지션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왔다. 간간히 드라마 OST를 부르기도 했지만 정식 국내 컴백은 2007년 정규 6집 ‘애가’ 이후 6년만이다.
임재욱은 그간 일본 활동에 주력해왔다. ‘보아같은 사람이 되자’는 목표를 가졌고, 성공한 가수가 되어 개선장군처럼 한국에 돌아올 예정이었다. 하지만 실질적 반응은 기대만 못했고, 나름 한국에서 히트곡을 다수 보유하고 있던 임재욱은 큰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도쿄돔 공연을 하는 한국 가수들을 보며 자괴감을 느끼기도 했다.
“당초 3년 계획이었던 일본 활동이 6년으로 늘어나면서 멘탈 붕괴 상황을 많이 겪었죠. 팬 수만 가지고 평가한다면 제 일본 활동은 엄연히 실패에요. 그렇지만 책으로 배울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했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일본 활동 챙기느라 져버린 한국 팬들에게 다가가고 싶어요.”
실패 이야기를 담담하게 전하며 근황을 알리는 임재욱의 얼굴은 타지에서 ‘쓴맛’을 본 사람 같지 않게 생기 있고 젊었다. 성격은 바뀌었지만 분위기나 목소리, 외모는 10년 전 그때와 다를 바 없다.
“음악밖에 몰라서 그런가요? 그래도 저도 늙었어요. 나름 관리하면서 나이 들었기 때문에 예뻐해 주시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여담이지만 원래 느끼하게 생긴 사람들이 초반에만 나이 들어 보이지 나중에는 그런 소리 안 듣거든요. 1996년 처음 데뷔할 때만 해도 글쎄 저를 서른여섯으로 보더라니까요?”
넉살 좋게 농담을 던지는 임재욱. 웃고 있지만 새 앨범을 발표한 가수만의 설렘과 긴장은 감출 수 없는 것 같았다. 그는 기다려준 팬들을 위해 처음으로 작사곡 ‘나는 못난이’를 썼고, 한층 깊어진 감정을 어필하고자 2013년 버전 ‘I love you’를 새롭게 녹음하기도 했다. 타이틀곡 ‘봄에게 바라는 것’ 역시 팬들을 향한 임재욱의 마음을 담은 노래다.
“내 여자친구가 돌아오길 바라면서 힘들어하는 내용인데 그게 제 팬이라고 생각하고 노래를 불렀어요. 결국 ‘봄에게 바라는 것’은 팬들이 나에게 다시 돌아오는 것을 의미하는 거죠. 오랜 외국 활동으로 서운하셨겠지만 이제는 서로가 사는게 힘들다는 걸 알 나이가 됐다고 생각해요. 제 목소리를 조용히 들려드리면 예전 그 분들이 다시 제 곁으로 와주시지 않을까 기대해요.”
누구나 그렇겠지만 베테랑 가수 임재욱에게도 이번 컴백 작업은 부담의 연속이었다. 특히 히트곡 ‘I love you’의 존재 자체가 그의 심중을 무겁게 눌렀다.
“제작자와 매니저들의 기대치가 가장 견디기 힘들었어요. ‘I love you’ 정도는 나오겠지 라고 하더라고요. 내 음악에 심취해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곡이 좋은데 오랜만에 내는 앨범이다 보니 아무래도 신경 쓸 수밖에 없더라고요.”
그래서 임재욱은 ‘감을 되찾는 것’과 ‘세월을 담은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찾는데 주력했다. 좋은 곡에 자신만의 감정을 얹어 전달하려는 그의 노력은 정말이지 요즘의 것이 아닌 듯 보였다.
“팬들에게 예의를 갖추려면 너무 늙어선 안 돼요.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목소리를 가지고 나오려고 참 애썼어요. 그런데도 느낌이 달라졌다면 그건 세월이 묻어나서일 거예요. 이 부분에 있어서는 ‘올드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열의와는 상관없이 유난히 슬픈 음색, 아니 엄밀히 말하면 늘상 해왔던 슬픈 음악 자체가 콤플렉스가 된 적도 있었다.
“과거 사람들이 저에 대해 갖는 편견이 많았어요. 하루에 한 마디 할 것 같고 집에서 음악 들으면서 혼자 요리할 것 같다고. 하지만 실상 제 성격은 남성스러웠거든요. 한때는 남들이 만들어놓은 이미지에 갇혀 후배들이 인사해도 안 받아준 적도 있었다니까요. 요즘은 그런 건 없는데 대신 뭐 하나에 꽂히면 아무것도 못 하는 버릇이 생겼어요. 어젯밤 방송 생각에 다음 날 방송까지 망치는, 그런 경우요.”
이제는 활발한 방송활동을 통해 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다는 임재욱. 그는 그것만이 오래도록 외면한 한국 팬들을 달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스스로 ‘영원한 지지자’라 칭하는 한국 팬들을 위해 그는 무엇을 준비했을까?
“예전에 앨범을 아무런 감정 없이 숙제처럼 때맞춰 냈다면 이제는 즐기면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어요. 5월부터 콘서트 계획이 있긴 하지만 되도록 방송에 자주 나오려고요. 사실 저 되게 엽기적인 거 좋아하거든요. 예전 ‘X맨’에서 쫄쫄이를 입고 진지한 표정으로 ‘I love you’를 부른 적도 있었고요. 꼭 이렇게 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는 제가 먼저 후배들 혹은 시청자에게 다가가면서 ‘보기보다 쉬운’ 임재욱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사진제공: 시져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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