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지만 미묘한 곡선을 수놓은 주방의 식탁 의자들이 바다 나무와 어우러져 과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그 위로 잔잔한 빛과 색감이 고요와 평화를 수놓는다.
서양화가 선종선 씨(58)가 27일부터 내달 9일까지 서울 인사동 통큰갤러리에서 ‘은유적 풍경’을 주제로 개인전을 연다. 식탁 의자와 바다 풍경을 사진처럼 세밀하게 그려낸 작품을 비롯해 예리하게 잘린 자작나무 등 ‘은유적 풍경’시리즈 14점을 선보인다. 현실과 비현실, 긍정과 부정의 상반된 개념들을 하나의 화면 위에 병치해 자유로운 희망의 세계를 추구한 작품들이다.
그동안 망망대해와 백사장, 나무 등을 식탁 의자와 한 화면에 결합시켰던 그가 우리 주변의 물건들을 그 자리에 놓아 더욱 눈길을 끈다. 그의 작품은 르네 마그리트 등 초현실주의 화가들이 즐겼던 데페이즈망(depaysement·엉뚱한 결합) 기법으로 연출한 사진 같다. 친숙한 요소들을 동일한 화면에 결합시키거나 특정 사물을 전혀 엉뚱한 환경에 놓아 시각적 충격과 신비감을 불러일으킨다. 여기에 인공조명처럼 느껴지는 빛을 살려내면서 사라진 시간과 공간을 실제처럼 표현한다.
“너와 내가 분절된 존재라면 우주는 무의미하다. 이질적인 두 요소를 대비시킴으로써 드라마틱한 긴장감을 부여했다”는 게 화가의 설명이다.
“바람 한 줄기, 작은 풀씨 하나, 나의 한숨과 당신의 웃음이 촘촘히 꾸며진 그물망이 우주가 되고 경전이 된다고 생각해요. 의자는 떠나고 없는 시간과 추억으로 저장된 존재감을 상징하는 기호이고요. 눈과 손이 옮기는 정치(精緻)한 묘사력은 그저 껍데기에 불과할 뿐, 대상과 이미지가 어떻게 각색되고 연출됐느냐에 미학의 의미를 두고 싶었습니다.”
중앙대 미대를 졸업한 그는 “관람객들이 제 그림을 보고 지나간 시간과 만남의 세월을 따스하게 되새기고 꿈과 희망을 새로 건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02)732-384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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