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선정한 14개 글로벌 강소기업들은 어떻게 성공했을까. 세계 무대(global)를 배경으로 한우물(identity)을 팠고 최고(ace)의 기술력으로 무장했다. 새로운(new) 변신을 마다하지 않았고 거래 고객과의 신뢰(trust)를 최우선으로 여겼다. 이른바 ‘GIANT’라는 5대 성공 DNA가 작지만 강한 ‘스몰 자이언츠’로 성장한 비결이었다.
Global (글로벌 무대 진출)
신흥정밀, 9개국에 생산공장 가동 … 세계적 기업과 거래
중소기업들은 국내에 머물러 있기 쉽다. 삼성 글로벌 강소기업들은 달랐다. 삼성전자에 TV용 외장재 등을 납품하는 신흥정밀은 세계 9개국에 14개 생산공장을 세웠다. 반도체 웨이퍼 절단장비를 생산하는
이오테크닉스는 세계 23개국에 지사를 두고 있다. 이들은 삼성전자 외에도 세계 유수 기업들과 거래하고 있다. 반도체 장비를 만드는 새솔다이아몬드는 세계 10대 반도체 업체 중 9곳에 납품하고 있다. 바코드 인식기용 레이저 다이오드를 생산하는 QSA는 전체 매출 중 삼성전자 비중을 10%대로 관리하고 있다. 나머지는 일본 도시바와 파나소닉, 미국 모토로라, 독일 보쉬 등이 차지하고 있다.
Identity (한우물 경영)
부전전자, 휴대폰 스피커로 연 3000억 매출
글로벌 강소기업들은 한눈을 팔지 않았다. 전공 분야만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부전전자는 휴대폰 스피커로만 연 3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정통 오디오 스피커나 TV용 스피커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었지만 한우물만 팠다.이오테크닉스도 1989년 설립 이후 한결같이 반도체 웨이퍼 절단장비에 집중했다. 레이저 응용기술에서만큼은 세계 1위를 놓치지 않는다. TV 리모컨 분야에서 독보적인
삼진은 TV와 관련된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풀 터치 리모컨에 이어 TV 스피커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Ace (최고 수준의 기술력)
이오테크닉스, 웨이퍼 절단장비 1위
독보적인 기술도 이들의 공통점이다. 이오테크닉스는 반도체에 기업 이름을 새기는 레이저 마킹장비로 시작해 최신 기술이 뒷받침돼야 하는 반도체 웨이퍼 절단장비 부문에서 세계 1위에 올랐다. 성규동 대표는 “개발 신화는 한두 사람에 의해 탄생하는 게 아니라 전 직원이 같은 곳을 바라보며 열정을 불태울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유진테크는 2007년까지 100% 외국계 기업에 의존했던 반도체 웨이퍼 증착장비를 국내 업체 중 처음으로 개발했다.
New (새로운 변신)
ENF테크놀로지, 주류회사서 반도체회사로
반도체용 화학업체인 ENF테크놀로지는 원래 주류회사에 가까웠다. 2000년 한국알콜산업이라는 사명으로 시작할 때만 해도 소주 원료인 주정을 생산했다. 주정 산업이 정체돼 있다고 판단해 사업다각화를 시도했다. 수년의 시행착오 끝에 반도체·디스플레이용 화학업체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부전전자는 삐삐용 버저를 만드는 회사였다. 삐삐가 사양길에 접어들자 변화를 줬다. 세탁기용 버저를 만들다 휴대폰 전성시대가 열리자 스마트폰용 초소형 스피커를 만드는 업체로 변모했다. 디스플레이 장비업체인 SFA의 직원들은 새로운 기술 개발을 위해 의기투합했다. 월급 일부를 반납해 연구·개발에 투자해 기술 창조에 매진했다.
Trust (고객·직원과 신뢰 구축)
심텍, 삼성전자가 기술유출 걱정하자 보안시스템 구축에 10억원 투자
심텍은 거래 기업인 삼성전자가 기술 유출을 걱정하는 점을 알고 보안시스템 마련에 10억원을 투자했다. 새솔다이아몬드는 삼성전자와 공동 작업을 통해 반도체 장비 생산 과정에서 다이아몬드가 유실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억원에 가까운 미세 다이아몬드를 찾아내 원가 절감 효과를 거뒀다. 유진테크는 연 2회 전체 직원을 모아 기업 비전을 공유한다. 반도체 절연장비(LP CVD)는 행운의 파랑새를 뜻하는 ‘블루제이’로 부르고 플라즈마 장비는 세상에서 가장 높이 나는 ‘알바트로스’로 명명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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