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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판 강소기업의 비밀] 10년전엔 PCB 1위 다퉜는데…심텍과 난야, 운명 엇갈린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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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강소기업엔 5대 성공DNA가 있다

'삼성 컨설팅' 받고 모바일 안착 매출 10배 뛰고 시장점유율 '껑충'
난야는 악전고투 … 작년 750억원 적자



대만 최대 인쇄회로기판(PCB) 업체인 난야와 세계 1위 반도체용 PCB 업체인 한국의 심텍. 두 회사는 10년 전만 해도 반도체용 PCB에서 1, 2위를 다퉜다. 대표적 메모리 반도체인 D램을 만들고 있는 난야가 반도체용 PCB 경쟁에서도 유리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승부는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난야는 반도체용 PCB에서 존재감이 없어졌고, 심텍은 30%가 넘는 점유율로 1위를 지키고 있다. 스마트폰용 PCB에서도 심텍은 고속 성장하고 있다. 반면 PC용 제품에 주력한 난야는 모바일 시대에 적응하지 못했다. 왜 그럴까. 전세호 심텍 사장(사진)은 “삼성전자의 힘”이라고 잘라 말했다. 전 사장은 “모바일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거래하면서 PC 중심에서 벗어나 모바일 시대에 안착할 수 있었다”며 “무엇보다 삼성전자가 1년6개월간 해준 컨설팅 덕을 많이 봤다”고 했다.

◆갈림길에서 ‘행운의 컨설팅’

심텍은 1987년 설립돼 1992년부터 삼성전자에 반도체용 PCB를 공급해왔다. 1998년부터 D램용 PCB에서 세계 1위를 지켰고 2008년에는 낸드플래시용 PCB에서도 세계 1위에 올랐다. 전 세계 PC 3대 중 1대에는 심텍이 만든 메모리 반도체 PCB가 들어갔다. 메모리 반도체 1위인 삼성전자와 거래하면서 고속 성장한 영향이 컸다.

2010년 심텍은 변화의 갈림길에 놓였다. 정보기술(IT)의 중심이 PC에서 급격히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던 시기였다. 중대 기로였다. 심텍 전체 매출 중 절반 이상이 PC용 제품이었고 모바일 제품 매출은 15%에 불과했다. 모바일 제품 매출을 늘리지 않고서는 발전을 기대하기는커녕 존립 자체가 위태로웠다.

이때 등장한 게 강소기업 프로그램이었다. 삼성전자는 2011년 8월 협력업체 중 39곳을 글로벌 강소기업 후보로 정하고 경영 컨설팅에 들어갔다. 심텍도 후보로 선정돼 1년 반 동안 컨설팅을 받았다.
삼성전자와 처음 시도한 공통 과제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갈수록 가볍고 얇아지는 스마트폰에서는 반도체 칩과 메인보드를 연결하는 공간을 줄이는 게 중요했다. 기존 공간보다 40%가량 줄인 신기술을 개발해 삼성 스마트폰에 적용할 수 있었다. 당장 300억원 이상 매출이 늘어났다. 최동준 심텍 전무는 “삼성전자가 개발 로드맵을 공유하고 지원해준 덕분에 신기술 개발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모바일 D램과 내장용 메모리(eMMC) 매출이 늘어 지난해 모바일 매출 비중이 50%로 높아졌다. 올해엔 모바일 비중이 70% 선으로 증가할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2015년에는 모바일용 PCB에서도 일본 종합부품기업 이비덴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모바일 시대에 연착륙하면서 심텍은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매출은 10년 만에 10배 증가했고 영업이익률도 10% 안팎을 지키고 있다.

반면 난야는 고전 중이다. 작년 매출은 2010년보다 15% 감소했다. 2011년까진 5%대 영업이익률을 지키다 지난해에는 750억원가량의 적자를 냈다.

◆보안 시스템 투자로 ‘화답’

삼성전자는 앞으로 어떤 제품을 개발할지를 심텍과 공유하면서 불안감이 생겼다. 경쟁사로 기술이 유출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심텍은 삼성전자 외에 LG디스플레이와 도시바, 모토로라, 마이크론 등과도 거래를 하고 있었다. 삼성전자 모바일 기술 개발 계획이 경쟁사로 얼마든지 샐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심텍 입장에선 삼성전자의 믿음을 사는 게 중요했다. 전 사장은 결단을 내렸다. 회사 자체 보안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1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에서 10억원을 선뜻 내놓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서로 믿고 일할 수 있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삼성전자가 주는 각종 설계도와 회로도는 원천적으로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했다. 삼성 관련 업무를 하는 직원들만 해당 자료를 열람할 수 있게 만들었다.

삼성전자는 심텍을 모범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협력사의 기술 보안이 ‘공생’을 위해선 필수 조건이어서다. 최 전무는 “삼성 컨설팅을 통해 모든 노하우를 전수받은 만큼 삼성 기술을 보호할 수 있는 보안 시스템을 구축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며 “동반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협력사들도 보안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청원=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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